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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프랑스적인 삶 - 어차피 삶은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by 나?꽃도둑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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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적인 삶 - 제100회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2월

 

프랑스적인 삶

한 프랑스 남자의 자화상을 정권의 변천사와 함께 그려낸 소설. 프랑스 인들이 겪어온 격변의 시대를 주인공 폴 블릭의 반세기를 통해 보여준다. 2004년 출간되어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압도적인 공감을 얻었고,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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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느리게 읽히면서도(프랑스 정치적 상황의 이해부족 탓) 유머와 삶의 아이러니와 비극적 요소들로 인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제목이 '프랑스적인 삶'이긴 해도 기실 평범한 한 개인의 삶이자 가족사이다.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개인은 짓밟히는 자갈에 불과할지라도, 라고 시작하고 <프랑스적인 삶>을 읽거나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다.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논쟁(또는 토론)하고, 경멸하는 태도조차도 존중하는 개인의 자유나, 사진을 찍어 달라는 대통령의 청을 거절할 자유가 온전히 존재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것을 얻기 위해 혁명을 거쳐온 폴 블릭의 자유가 여지없이 무너진 건 자신의 어머니 때문이었다는 사실, 기존 세대의 거짓과 위선에 저항을 한 세대인 폴 블릭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뜩찮게 여겼던 미테랑 대통령을 찍기 위해 파파라치가 되어야 했음은,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삶의 진정성은 어디에 있는 건지 폴 블릭의 삶을 통해 생각해본다. 프랑스적인 삶은 프랑스인들의 보편적 사고방식, 가치관, 문화적 특성과 삶의 태도 등의 그들만의 고유한 색조를 강하게 띨 수도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위기, 아이러니와 비극, 권태와 욕망과 좌절과 절망 등 인간 실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가(또는 정치적 상황) 끊임없이 개인사에 시비를 걸어와도 삶은 계속될 것이므로 그리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너무 안이하고 낙관적인가? 그리하여 프랑스적인 삶은 프랑스에서 사는 한 개인의 이야기일 뿐이지 그리 거창할 것 없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의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은 시대를 대표하는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와 흐름의 이름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한 소설의 주인공인 폴 블릭은 삶을 관통했던 비극과 아이러니 속에서도 그리 크게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이 모든 걸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사회주의자인 어머니와 공화주의자인 아버지 반유대인주의자인 고모 등 가족 내에서도 여러 정치적 노선이 존재하듯, 아내의 친구인 로르가 자신과의 쾌락적 관계를 떠나 새 정부인 랍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는 분노하지 않는다. 믿었던 아내의 배신과 죽음에 대해서도 그저 남의 일 인양(?)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상처 입고 못 견뎌 하던 딸 마리는 정신병에 걸리는 비극을 초래하지만 말이다. 그런 폴 블릭은 일본 여자인 유코와 아들 뱅상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에게서 희망을 본다. 그리고 죽은 나무와 같은 마리를 껴안기도 하고 함께 산을 오르기도 한다. 그는 묵묵히 산을 오른다. 피레네 산맥의 목동이었다가 상이용사가 된 외할아버지의 삶이 그러했듯, 그 또한 그런 변화 속에서 살아 온 것이기에. 그저 삶은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폴 블릭은 보여준다.

 

그의 발걸음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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