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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 청량사에서 열린 국화전시회를 다녀왔다.
막 가는 가을을 국화 향기로 잠시 잡아 두었다.
예전에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고 그랬는데...
전시회 국화들은 사람의 손길이 없이는 꽃 피우기 쉬웠을까?...
아무튼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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