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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당신이 뚫고 나온 벽을 타고
황금빛 저녁놀이 흘러 내리고 있어요
당신은 내 목을 끌어안고
빰에 깊게 키스하지만
봐요, 내 발이 꽃밭 끝에 겨우 걸처져 있음을
꽃밭 아래는 온통 낭떠러지,
순하게 무릎 꺾어 당신께 드렸는데
이제 곧 밤이 닥칠 거예요
내 둥근 발꿈치가 어둠에 삼켜지고
내 입술은 점점 지워질 거예요
당신이 몰고온 꽃들도 시들어가고 있어요
저녁놀을 타고 온 반짝이는 별같이
당신이 나를 휘감았을 때 나는 발명되었어요
당신이 머뭇거리는 동안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거에요
시든 꽃들과 몇 몇의 별만 반짝이기 전에
어서 내게 키스해줘요
우주 한가운데 느닷없이 솟아오른 꽃나무같이
화들짝,
생을 밝히고 싶어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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