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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

일요일 오후, 하이쿠를 읽다

by 나?꽃도둑 202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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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보자마자 샀다. 출판사에서 푼 게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완전 새책이었다.

그것을 반값에 샀으니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하이쿠에 대해서는 바쇼 정도만 알고 있던 터라 이 시집은 무엇보다 반가웠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제본상태, 편집, 류시화 시인의 해설, 중간 중간 들어 있는 그림 등 탄성이 나올 만큼 마음에 들었다.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바쇼

 

 

                                                목욕한 물을

                                                버릴 곳 없네 온통

                                                풀벌레 소리

 

                                                   -오니쓰라

 


하이쿠의 매력은 짧지만 그림을 보듯 이미지가 선명하거나 의미의 확장성이 크다는 점이다.

7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아주 조금씩 떼어 눈을 감고 음미하듯 그렇게 읽고 있다.

바쇼의 하이쿠와 오니쓰라의 하이쿠는 여름에서 이제 곧 올 가을에 대한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매미는 줄기차게 울어대고 있다. 

바쇼는 매미가 울어대는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함의 세상을 보고 있다. 

시인의 감각은 현실에만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이라니.

무아지경이 되면 저 소리가 들리지 않으려나...

글이라도 무아지경으로 써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 계어인 풀벌레 소리는 

풀벌레 소리로 가득한 세상 어디에도 목욕물을 버릴 곳이 없다는 그야말로 생태주의적인 시인의 목소리다.

바쇼는 시끄러움 속에서도 고요를 느꼈다면 오니쓰라는 풀벌레 소리를 온 몸으로 듣고 있다.

매미소리도 세상을 가득 채우고 풀벌레 소리도 세상을 가득 채운다.

 

나는 목욕물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오니쓰라에 가까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도 닦은 사람마냥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건 능력부족이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비를 줄이고

환경과 이 지구의 동식물이 함께 공존할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니쓰라 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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