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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 E. H 카와 도스또예프스끼 읽기

by 나?꽃도둑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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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세계적 역사학자의 반열에 오른 에드워드 H. 카가 쓴 첫 번째 저서. 도스또예프스끼의 생애에서부터 주요 작품까지 찬찬히 뜯어 본 책으로, 1931년에 출간되었다. 역사가 특유의 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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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작품을 읽기에 앞서 그 문학이 태동한 역사와 문화 등을 알고 있다면 그야말로 작품을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그러한 기초지식 없이 오래전에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읽었다. 문제적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도스또예프스끼라는 작가에 대한 이해도 없었기에 작품의 중심으로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주변에서 맴돌다 책을 덮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심층적인 내면세계는 그저 변덕스러움으로, 사서 고생하는 그 진지한 몸짓은 어리석음으로 읽어내었다. (아, 무지한 것에는 약도 없고 말려줄 사람도 없었다! ㅡ.ㅡ)  
  

 

광활한 러시아의 한 복판에서 태어난 그가 어찌하여 인간의 내면 속으로 천착하여 거기서 헤어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인간의 문제에 매달리게 되었는가, 엄하고 권위적인 아버지로 인한 어린시절의 경험과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 학교생활에서의 부적응, 협소한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활과 주변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성격, 간질병 등 그의 내면 세계를 형성해가던 시간에 덧입혀진 사회주의 사상 -1847년 무렵 외무성 관리였던 한 사람이 주관한 진보적 사회주의 비밀모임에 합류하면서 '농노제 폐지' '사유재산 폐지' 를 포함한 짜르 정부에 대항하는 일련의 사회주의 사상에 동조하고 가담한(사소한 것이었지만) 일로 니콜라이 1세의 반동정책에 의해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에서의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극한의 체험과, 감형되어 4년 사병복무 시기- 을 거쳐 유렵여행을 통해 러시아 정교신앙에 눈을 뜨면서 기독교 사상으로 전향하는 일련의 변화를 겪게 되면서 도스또예프스끼는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에  천착하게 된다.   



 악이 어떨 때 승리하는가? 악은 그것을 제동하는 장치가 부재할 때 악이 선을 이긴다는 것을 알고는 도스또예프스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외적변화나 혁명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질적혁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게 된다. 그것은 오직 기독교의 하나님만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수난과 처절한 고통의 경험에서 회개하고 사랑과 희생앞에 구원으로 거듭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악에 관한 철학적 해명이 아닌, 종교적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E.H 카는 간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스또예프스끼의 기독교 사상은 사실주의 비평가들의 사상에 정면충돌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도스또예프스끼는 이렇게 항변한다. 

 "사실주의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현상을 고발하는 것이라는 견해에 반대한다. 사실주의는 인간 내부의 심리적인 상태를 파헤치는 것이 진정한 사실주의다."

 그리하여 결국엔 그의 주장과 바람대로 타이틀을 얻게 된다. '19세기 최고의 사실주의 작가 표됴르 도스또예프스끼!'    

E.H카의 평전은 작가의 사생활과 사상의 흐름이 작품에 어떤 연관성을 가지며 어떻게 반영되고 표현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문제적 인간이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는 도스또예프스끼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자유, 인간의 독자성, 수난과 고통의 문제, 희생과 사랑 그리고 구원. 작가의 펜은 중립적인 주제에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카는 도스또예프스끼의 모순과 열정, 비범함과 천재성,추악한 면까지고 어김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일면 냉정하고 일면 뜨겁다. 카는 작품을 통해 도스또예프스끼를 더 깊이 찔러보는 힘을 보여준다. 
 

 


산만한 가운데 책을 읽어내기가 힘들었지만  역사가가 쓴 평전이라니!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한 줄에 꿰어 보기좋게 정리, 분석해 놓은 느낌이다. 유명인들은 끊임없이 해체되었다가 다시  재정립되는 과정을 겪으며 오늘 우리와 함께 숨을 쉰다. 도스또예프스끼도 예외가 아니다. 그의 복잡한 성격은 작품의 인물들의 감정과 행위들을 통해 구현되고 그의 삶과 철학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문학 작품에 밀착시켰던 러시아 작가 도스또예프스키. E.H 카와 함께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조금 집중할 필요는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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