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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완득이 - 거침없이 하이킥~~!!

by 나?꽃도둑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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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완득이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룬다.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이 소설의 매력은 리드미컬 문체와 속도감이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

www.aladin.co.kr

창비 2년 구독 신청하고 받은 [완득이]. 책장 구석에다 밀쳐두었다가 어제 집어들었다. 석달 만이다. 반갑다 완득아~~~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큭큭거리며 읽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빵 터졌다. 아니 터졌다기 보다는 웃음이 멈추지를 않아서 어깨를 들썩이며 참느라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앞에 앉은 사람들의 힐긋 거리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침부터 정신줄을 놓은 여자로 보일까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저들이 알 까닭이 없잖은가, ..... 더욱이 옆에 앉은 아가씨는 속눈썹 찝어 올리느라 정신이 없고.. 저를 쳐다보는 눈알이  몇 개나 되는지 관심 없다는 듯이 뭔 화장을 저리도 열심히 하는지 달리는 지하철에서 말이다.. 아 웃기는 시츄에이션! 최대한 빨리 수습을 해야했다. 하지만 그게 참 뜻대로 되지 않다니...그 넘의 씨불 아저씨 때문이다. 완득이 앞집에 사는, 입만 열면 씨불로 시작하는 아저씨 말이다.   

 
앞 뒤 자르고 그 상황만 읽는다면 뭐 그렇게까지 오바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간 해오신 그 아저씨의 내력을 아는 독자로선 정말 기막히게 웃기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완득이 어머니가 세 마리에 오천원을 주고 산 폐닭(노계)을 삼계탕을 해서는 똥주선생도 부르고 앙숙인 앞집 아저씨도 불러서 상 주위에 둘러 앉아 먹는 장면이다.   

  

 " 이런 씨불, 뭐야 이거, 이게 고기여 타이어여? 니들, 나 골탕 먹이려고 불렀지?"

  

아,, 그만 웃자, 또 봐도 웃긴다.  너무 웃는거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싸고 질긴 닭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질긴 닭을 좋아한다며 먹는 것은 '신포도' 로 포장된 삶을 여실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누군들 야들야들한 고기를 먹을 줄 몰라서 안 먹나?..가난한 소시민의 삶은 그러하다. 양 많고 값싸면 장땡인 것이다.     

  

이 소설의 캐릭터들은 사실 찌질하다.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엄마를 가진 완득이. 정신지체인 어눌한 삼촌이라는 사람, 욕쟁이 똥주 선생, 다들 사는 게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소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그들의 삶을 환하게 밝혀준다. 활기차면서도 가볍다. 아니 그 밑바탕은 묵직하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는 절망이니 불행이니 하는 단어들은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저 삶을 묵묵히 살아낼 뿐이다. 유머라는 게 참 그렇다. 진통제도 아닌 것이 고단한 삶에서의 고통을 이기게 해주는 당의정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욕도 걷어내고, 유머도 걷어낸다면 참으로 진지하고도 우울한 소설이 될 것이다. 선생이 욕좀 하면 어떨까..... 제자인 완득이가 똥주선생을 제발 죽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좀 하면 어떨까, 그들의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 속에는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음을 놓친다면 이 소설이 욕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단정(?) 짓게 될 것이다.  "이게 무슨 청소년 소설이야?...에이."  난 이상하게도 욕쟁이 앞집 아저씨에게 무척 애정이 간다. 서로 경찰서까지 간 사이인데도 완득이 집에 오긴 왜 온다니?.... 와서도 닭에다 대고 욕하며 기죽지 않는 그 정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고 배야, 실컷 소리내어 웃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다시 그 대목을 읽게 된다면 큰소리로 웃어질려나?...   



[완득이]가 영화로도 나온다는 소식이다. 지금 한창 촬영 중인 걸로 안다. 똥주선생에 김윤식이다. 아, 그림이 그려질 만큼 잘 어울린다. 근데 선이 부드러운 유아인이 도완득 캐릭터를 잘 그려낼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하다. 뭐 어쨌든 나중 일이다. 포커스를 어디에 맞출지 눈물, 콧물 다 뺄지 두고 볼 일이지만 그늘진 곳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며 서로를 다독이고 염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잘 살려내리라 기대해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소설이지만 깊이 내려갈거까진 없을 거 같다. 그냥 인물들이 선사해주는 웃음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 투박한 몸짓 뒤에 숨겨진 야들야들한 마음을 읽어낸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완득이가 성장하는데 그럴싸한 말보다 주위 사람들이 보여주는 마음 씀씀이와 진솔한 몸짓에 닫아 두었던 마음을 열어젖힌다는 걸 놓치지만 않는다면 그야말로 왕대박이다.

찌질하고도 정감있고 인간미 넘치는 인간들을 만나서 즐거운 하루다. 잘 났다고 우기는 인간들과 외계인으로 점점 변해가는 인간들 말고 정말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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