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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상처받지 않을 권리 -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by 나?꽃도둑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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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상처받지 않을 권리

이 책의 저자는 자본주의의 내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자고 제안한다. 외면할 도리 없이 버티고 서서 신경증 권하는 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 일상과 내면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체제의 요소요소를 파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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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오징어 마냥 우리는 산업자본주의 집어등 밑으로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다고는 하나 오감으로 절감할 수 없는 문제이다 보니 덥석 수긍하기도 뭐하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뭔가 발목 잡힌 것 같은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자본주의 손길이야말로 더없이 포근하고 안락하고 쾌락적이다. 생활의 더럽고 거추장스럽고 수고스러운 부분을 말끔히 말아서 어딘가에 감춰두고는 항상 웃는 얼굴로 "어서 오세요 손님"으로 맞아 준다. 그러면 하인의 영접을 받은 듯한 우쭐대는 기분에 사로잡혀 "당신이 사는 아파트가, 당신이 타는 차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라는 문구에도 좀처럼 그 말이 갖는 의미나 뉘앙스에 대해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한 채 내가 누군인지를 증명하기에 바쁘다. 백화점 점원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차려 입고 명품과 고상한 취미로 구별짓기를 몸소 실천하시고, 누구 집 아이가 유명 학원을 다니면 우리 아이도 보내야 하고, 그저 자본주의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기고는 뭐하나 내 의지대로 하는 게 없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바람부는 거리를 걷다가 지쳐보이고 휑한 누군가의 뒷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 울적한 마음은 뭐였을까, (분명 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누군가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그 이면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씁슬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 맞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살아도 뒷모습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삶이 사실 얼마나 알맹이 없이 허술한지 또 얼마나 가식적이고 고립적이며 상처 받은 마음들을 안고 사는지 조금만 관찰해보면 알 수가 있다. 항상 누군가와 비교당해야 하는 삶 속에서 결핍과 상대적 빈곤 속에서 중심을 잃고 마음이 늘 초초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튼 곳은 다름아닌 자본주의가 드리운 그늘 밑이 아닐까 싶다. 

환상만 있고 실재는 없는 곳, 아니 감각만 있고 사유는 없는 곳, 충동의 만족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욕망을 채워주는 그곳을 향해, 충동을 일으키는 근원적 물음과 반성없이 그저 달려가고만 있는 우리들, 그래서 그곳엔 상처받고 기진맥진하여 널브러진 사람들 위로 거대한 마천루만 서 있을 뿐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 했던가?  아니다 오를리가 없다. 실재는 없고 환상과 온갖 소문만 무성한 그 곳은 화려한 빛만 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멈출 줄을 모른다. 하지만 아는 사람도 있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우리가 기댈 곳은 마천루의 허술한 계단이 아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진단과 처방전을 내놓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야 병을 고칠 게 아닌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혔던가, 자본주의 노예의 신분으로 추락한 지도 모른 채 주인인냥 행세하는 저 가엾은 인간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고 주리를 틀어줘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니....이 어인 안타까운 일인고!  종교적 안식을 얻듯이 돈에서 안식과 자유를 만끽하며 끊임없이 자본주의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으로 비쳤을 게 아닌가.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자 강신주는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알기 쉽고도 명료하게 제시한다. 문학가 네 사람과 철학자 네 사람을 짝을 지어 이해를 돕는다. 요구를 넘어서 타자의 욕망이 내 욕망인 듯 길들여지고 강화되어가는 과정과 그것에 성찰하고 진단한다. 자본주의가 무슨 짓을 했는지, 거기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어떤 트라우마를 마음속에 품게 되는지, 또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지하고 불합리한 요소에 길들여져 있는지를 말해 준다. 타인에 대한 냉담한 거리두기, 경쟁, 고독과 신경과민,새로움에 대한 반복과 강박증, 자기 상품화 등 온갖 욕망과 헛꿈(거의 악몽 수준임)에 시달리며 정작 삶의 의미도 놓쳐버리고 자신도 잃어 버리고 사는 우매한 짓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그만 멈춰 서라는 것이다. 일단 멈춰서서 돌아보고 점검하고 자본주의가 내게 한 짓을, 내가 거기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다닌 것을 뼈저리게는 아니더라도 생각 좀 하고 반성 좀 하자는 것이다.  

왜 나만?...  

사실 그러면 할 말은 더이상 없어진다. 그래 우리...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면?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우리 모두가 찾고자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타자의 욕망이 내 욕망인양 착각하고 살지 말자,,적어도 그것만은 지키자고 생각해본다. 적어도 상대적 박탈감에서  허우적대고 적개심과 반감을 갖고 사는 불행한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도 요원한 일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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