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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반자본 발전사전 - 의심하라 또 의심하라!

by 나?꽃도둑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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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반자본 발전사전

우린 왜 그토록 성장에만 매달리는가? 과연 성장과 발전만이 절대선인가? 이 책은 이반 일리치, 반다나 시바, 볼프강 작스를 비롯한 세계의 저명한 발전 비판론자들이 논평한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우리의 고정관념...

www.aladin.co.kr

[反자본 발전사전] 에는 그동안 발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봉사해온 19 가지 개념을 고구마줄기 캐어내듯이 후두둑 뜯어내고는 그 아래 뿌리를 파헤쳐 보여준다. "얘가 원래는 이런 모습이지......." 아주 멀리 갈 것도 없이 1949년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취임한 바로 그날, 저발전이라는 말을 내세워 발전의 뜻을 바꾸고 새로운 구호로 그야말로 미국이 발전의 시대의 앞잡이가 될테니 그 아래 줄을 서라는 주문을 했다. 그날 세계 20억 인구는 저발전인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써야만 했고 행복하거나 자족하며 혹은 불만 없이 살고 있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행하고도 저속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내가 있다고 했던가? 한눈 팔 사이도 없이 남이 정해 놓은 목표를 따라잡는데 전력을 다해보지만 역부족에다 남은 건 상처뿐이다. 비근한 예로 라다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말하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콜라병이 나귕둘고 그 온순하고 맑던 영혼에 청바지가 덧입혀진 이후에 불안과 알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리며 "이제 우린 너무 가난해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잖은가. 그렇다 발전은 세계 곳곳의 동.식물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해체하고 획일화하는 데 공헌(?)을 한 셈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균질화 되고 규쥰화된 삶의 틀을 갖게 되었다.  



여기 발전이라는 개념이 사실 막연한 긍정적 함의를 담고 있지만 어마어마하게 텅빈 개념이라는 걸 발설하고자 모인 17명의 저자들이 있다. 발전이라는 개념이 19가지의 개념을 등에 업고 어떻게 길들이며 관계 맺기를 했는지를 보여준다.  발전이란 더 낫고 좋은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저발전이라는 자랑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한가지 뜻만 가리키게 되었음을 보여준다.그리고 그 개념이 갖는 위력은 너무나 강력하지만 또 그만큼 빈약하고 알맹이가 없는 말도 찾아 보기 힘들다고 볼프강 작스는 말한다. 산업자본주의와 결탁하면서 '발전'은 헤겔의 역사 개념에서 다윈의 진화 개념을 거쳐 마르크스의 과학 개념으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급기야 '경제 성장' 앞에서 턱하니 멈추어 서서는 지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모호성과 위선으로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국식민지 관리들이 썼던 '발전시키다' 타동사의 의미가 '발전한다'의 자동사로 돌아서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빈곤과 풍요를 스스로 규정하는 풀뿌리 운동을 하는 남미의 움직임이나 발전에 맞서는 담론과 실천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것이다. 기구들도 사실 실패는 했지만 참여 발전, 내생 발전, 인간발전 등을 모색함으로써 통합 접근 방식을 통해 발전 논의에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고 1990년대 들어 발전은 두 개의 명확한 노선에 따라 북반구에서의 재발전이라는 개념과 남반구에서의 재발전이라는 개념이 다름을 보여준다.  북반구에서는 쓰레기 폐기물을 저발전 남반구에 수출함으로써, 남반구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른바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습으로 둔갑하고선 경제 식민화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이른다.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경제화와 식민화는 동의어라는 사실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개풀 뜯어 먹는 소리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19가지 개념들 중 평등, 자유, 도움 환경 등 속내를 교묘하게 감추고는 얼마나 순진한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왔는지 이 책은 다시금 일깨워 준다. 세계화니 글로벌이니 하는 이상이 과거에는 고결한 정신을 자극했지만 이제는 거기서 후발되는 악취를 맡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성찰할 때인 것이다. 그동안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온 발전 논의에서 그 역할을 떠맡은 담론의 허구성과 환상에 대해 외면한다면 사실 이 조그만 지구는 자멸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자발적 빈곤, 아니 부의 반대 개념이 아닌 인식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아름다운 지구를 꿈꾸게 만드는 이 한 권의 책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로써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이 세상을 바꿀수는 없을지라도(아니 없을테지만) 우리 시대를 좀 더 비판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인식의 틀은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프로파간다의 속임수에 속지 않으려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그것도 명료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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