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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 성찰과 폭로의 행보

by 나?꽃도둑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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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인문학의 산맥을 반대 방향에서 오른 두 철학자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담론집. 이 책에는 두 사람이 1971년 네덜란드에서 토론한 내용(1장)과 토론 후 1976년에 각자의 견해를 좀 더 자세하게 밝힌 자료(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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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두 거장이 대담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미국의 양심이라고 불리우던 노엄 촘스키와 위대한 회의주의자인 미셀 푸코가 그들이다. 거침없이 의견개진을 하던 촘스키와 대조적으로 푸코는 뭔가 머뭇거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셈이다.  

그들은 언어와 정치의 문제, 또 담론분석에서 권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의견은 확연히 대립을 보인다. 촘스키는 인간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생득되어지는 언어의 보편성에 얽힌 문제이며 그런 보편성이 인간의 정의와 품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고, 그러한 내재적 특성, 본능적 지식을 도식체계로 본 반면, 푸코는 인간본성에 대해 회의적이며 보편적 정의란 없으며 말해지는 것에는 역사적 물질적 규제가 있고 그 규제는 결국 권력행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푸코는 인간성은 단지 시대에 따른 혹은 신학 생물학, 역사학 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혹은 갈등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역사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다르다. 데카르트의 본유관념에 뿌리를 둔 촘스키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극복되는 혹은 극복되어야 할) 낙관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 달리 푸코는 그것을 성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변화로 보고  다양성에 의해 가능성이 확산된 것에 초점을 맞춘다. 두 사람의 대담은 결국 출발점이 다른 곳에서 시작하지만 서로를 보며 어디쯤 가고 있는지 진심어린 눈으로 지켜봐주기도 한다. 폴 벤느는 어항 속을 바라보는 나라는 존재와 그 어항 속은 같은 운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생물학적 소여에 의한 창조성을 인간행위로 본 촘스키와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사상의 새로운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보는 푸코의 의견 사이에서는 그 어떤 접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두 사람의 대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하고도 냉철한 성찰과 폭로! 닮은 점이 있다면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촘스키가 지식인들의 이데올로기에 쏠리는 현상으로 사회적 쟁점에 대한 활기찬 토론을 허용하는 이데올로기적 다양성 부족을 지적했던 부분들 중에서 1960년대의 미국사회와 지금의 한국사회가  놀랍도록 겹치는(혹은 닮아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양한 사상과 의견부제, 공적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전락하는 kbs, mbc, 행보를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푸코의 '담론 분석'은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사고방식에서 당연시 되는 것들을 다르게 보며 문제화할 줄 아는! 정치와 진리 그리고 진리를 말하는 방법이 서로 연계되는 방식과 그 실행이 개발되거나 조작됨을 '폭로' 하는 데 있다고 말한! 

촘스키 또한 끊임없이 미국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폭로해온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 정의는 인간성에서 여과된 부분인 것 같다. 그걸 양심이자 품위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반면 푸코의 정의는  계급사회에서 억압하는 계급이 자기주장을 강화하기 위해(혹은 정당화하기 위해)만들어진 개념으로 이해한다. 만들어진 틀 속에서 안주하기보다는 틀 밖에서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 푸코식으로 말하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인데 그 새로운 방식 속에서 새로운 창조성이 나온다는 사실을 피력한 푸코는 분명 위대한 회의주의자임에 틀림없다. 지금 여기! 삶을 누리라고 한 니체와 한 음성처럼 느껴지는 건 분명 푸코의 혁명성은 니체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느낀 건 인간의 역사를 두고 생물학적 소여로 보든. 패러다임이나 어떤 권력의 틀로 보든, 혹은 프레임 전쟁으로 보든 분명 세상을 다각도에서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놓여 있는 사회적 조건을 재고해봄으로써 변화하고 성장하는 유기체적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든 그렇지 않든,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푸코의 말로 정리하려고 한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 그 안에서 작동하는 경제 관계 우리 행동의 규칙적 행태와 그 행동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권력체계, 이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됩니다. 우리 생활의 본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적 기능 바로 그것입니다." -p.61 

젠장, 어째서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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