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ㅣ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바다 근처에 살면서도 바다가 무수한 많은 이야기를 품고 길러내며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사실 보다는 그저 낭만적인 한 장소로 위안이나 안식을 주는 공간 기능으로서만 바라보았음을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사람들 마다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바다를 연구하는 사람, 바다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람들 모두 어쨌든 시선은 바다에 가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인 미슐레의 바다는 어떤가, 자연사 4부작 중 하나인 <바다>에서는 그저 밖에서 바라보는 바다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본 바다의 기원에 대해 그리고 인간이 바다를 어떻게 정복해왔는지 그리고 급기야 바다를 다채롭게 즐기기까지의(?) 르네상스편으로 나누어서 바다를 보여준다.
그가 보여주는 바다는 지극히 동물적이다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암컷이다. 그것도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온화한 미소아래 생명을 품고 길러내는 모성성만 지닌 게 아니다. 때론 모든 것을 갈아 엎고 뒤집어 놓을 만큼 격렬하고 집요하게 성을 내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슐레는 바다의 맥을 짚어내기도 하고 빨아들이고 토해내는 물의 흐름을 보며 각 지방의 온도를 조절하고 기후를 만들어내며 수증기를 교환하는 원리에 대해서도 깊이 사색하기도 한다.
바다의 복잡미묘함, 바다의 개방성, 그리고 돌발성 앞에서 미슐레는 " 위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꿈을 꿀 수밖에 없다" 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렇다 바다는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바다는 저혼자 꿈꾸고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며 생성과 파괴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 순환고리의 진짜 비밀을 인간에게 들킬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인간은 꿈을 꿀 수밖에.
<바다>를 읽으면서 미슐레라는 한 역사학자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안에 담긴 진지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시대적 상황과 시대적 한계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그런 걸 감안하고 미슐레의 책을 읽는다면 뭐 크게 딴지 걸만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글은 여전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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