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책을 읽을 자유 - 함께 읽는 '우리'가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며

by 나?꽃도둑 2020. 4. 17.
반응형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책을 읽을 자유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수상작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이현우의 두 번째 책.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로쟈 본색을 담은 서평집으로 그의 경이로운 독서 편력과 제 스타일로 해석하고 ...

www.aladin.co.kr

서평을 읽는다는 건 묘한 매력이 있다. 이건 마치 호객행위와도 같다. 관심도 없던 책에, 듣도 보도 못한 책에, 관심은 가지만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책에 대해, 망설임 없이 속삭인다. “맛보기라도 보여줄게 일단 한 번 들어와 봐......”
어? 이 책은 나도 읽었는데.... “그러면 더 좋지 비교해 보면 좋잖아......”

온통 유혹일색이다. 로쟈의 <책을 읽을 자유> 또한 그렇다. 오랜 세월에 걸쳐 아주 내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책들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그가 토해내는 감탄과 아쉬움, 흥분과 가슴 떨림, 넋두리 혹은 하소연, 반성이 녹아있다. 아주 농밀한 것은 그것대로, 설익은 건 설익은 대로 드러낸다. 중요한 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p.46)이다. 책에 있는 내용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취합해서 되새김질하는 건 글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므로 나 역시 책에 대해 수다정도의 말이라 할지라도 자기 생각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히 주관적이면서도 취향의 문제이기도 한 서평에서 우리가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뭘까? 아니 정작 서평에서 다뤄야 할 것들은 뭘까? 좋은 서평이란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서평 쓰기는 제각각 출발점이 다르거나 도착지점 조차 다르다는 사실이다. 서평자가 멈춘 지점에서 독자가 시작점으로 삼아 출발할 수도 있을 테고 출발점은 같으나 도착지점이 다를 수도 있는 게 바로 서평의 매력이 아닐까?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아니 우리의 ‘닫힌 사고와 빈곤한 생각’(p.8)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

“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 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우리가 너나없이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어 한다면 ‘책을 읽을 자유’는 자유의 최소한이다.(p.8)

로쟈는 서평을 쓰면서 바란 것은 함께 읽는 ‘우리’의 확산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라는 그 울타리 안에 나 같은 독자가 끼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로쟈가 소개한 책 중에서 절반은 읽지 않은 것이고, 읽다가 이해하기 어렵고 해서 던져버린 책들, 읽었지만 별 감동이 없던 책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책들에 파묻혀 양가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일 것이다. 책에 대한 애증에 시달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어졌다. 이 수많은 책들에 짓눌려 숨이 가쁜데, 이것도 자유인가?

아무튼 서평은 책을 통해 나를, 사회를, 세상을 들여다보며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행위일 것이다. 또한 함께 읽는 행위를 통해 매무새를 가다듬을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순기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순전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믿음이다. ‘함께 읽는 우리’가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로쟈의 책이 달갑게 여겨질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