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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자연스러운 건축 -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다

by 나?꽃도둑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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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자연스러운 건축

건축가 쿠마 켄고가 자신의 시각으로 자연스러운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스러운 건축은 자연 소재로 만들어진 건축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콘크리트 위에 자연 소재를 붙인 건축은 더더욱 아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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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축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이 책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원리주의자들이 봤을 때 어김없이 불순한 건축이야기다. 흙, 삼나무, 대나무, 돌, 종이, 등의 자연소재가 현대 건축에 끼어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공적인 것보다 쉽게 변색되고 상처받고 결점이 많아 유지비도 많이 드는 자연소재를 기꺼이 하겠다고 한 의뢰인의 결정이 없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며 자연스런 건축은 관대함 속에서 성립되는 건축이라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런 건축은 자연 소재로 만들어진 건축이 아니다. ‘건축이 존재하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때 즉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연과의 관계성에 주안점을 두고 건축을 표상으로서가 아닌 존재로서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자연에서 찾은 소재와 인공 소재와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며 어떤 모습으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지 보여 준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대비보다는 그라데이션에, 형식적인 모뉴먼트보다 자연의 매개이며 자연을(장소) 돋보이게 하는 건축물에 주안점을 둔다. 모더니즘의 건축 소재의 대표격인 콘크리트, 표상과 존재의 분열을 허용하는 그러한 재료에서 탈피하고자 한 저자의 생각은 분명하다. 콘크리트의 암흑 속에서 인간을 끌어내 자연과 조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아예 멀리 돌아간다. 인디언이나 아프리카의 흙 담 집, 헤이얀 시대나 만리장성을 쌓던 중국에까지 가 닿고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건축을 환경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않는 저자의 철학적 관점과 자세가 무엇보다 값지고 필요한 것은 분열과 단절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는 우리 인간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과 상상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출구가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생태주의 운동은 경제 권력의 도구들이 일상문화를 파괴하는 데 대한 자발적 항거에서 탄생한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비근한 예로 생산된 욕망과 필요에 의해 길들여진 우리는 더 넓은 아파트를 가지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발버둥 치며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쳐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 딱딱한 건축물에 생명성을 부여하고 자연과의 관계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 건축가의 노력 앞에 처음 이 책을 받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공산품과 같은 아파트에 들어 앉아 유리창 너머로 자동차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갑갑함을 느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예산의 제약 속에서 자연 소재를 구해내기 위한 방책을 찾아내는 소박한 작업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큰 도전이 될지 모른다는 그 말은 깊은 뉘앙스를 남긴다. 관계성에 주목하며 거기서 물러서지 않는 저자는 20세기의 모더니즘의 키워드는 ‘건축의 민주화’라고 한다. 권위적이지 않는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방법으로 누구나 건축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리라는 것을 다시금 믿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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