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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 인간의 가면을 벗겨 동물임을 증거하다

by 나?꽃도둑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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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0년 8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의 작가이자 방대한 철학적 문제제기를 짧은 문장 안에 밀도 있게 담아 내는 것으로 유명한 존 그레이의 신작. 이번 책에서도 철학과 과학, 종교 경전과 문학 작품을 종횡 무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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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이클 가자니의 <왜 인간인가?>를 읽으면서 적어도 인간에 대한 이해와 생존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간의 삶을 바라다보았는데 존 그레이의 <호모 라피엔스>를 읽으면서 여지없이 인간을 짓밞히는 지푸라기 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모습을 발견하고서는 마음이 편치않다. 그 이유가 뭘까? 저자는 인간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그 하찮음에 대해 자각하게 해준다. 아니라고 부정하면 할수록 초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니까! 

 우리의 동물적 얼굴에 대해 한 번이라도 반성해본 일이 있을까? 물론 호혜적인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간은 상황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악에 굴복한다는 사실 또한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우리는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간의 탁월함, 위대함, 인간만이 갖는 그 영광의 조건에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 아니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울타리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서보지 않은 채 지내고 있는지 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간헐적인 도덕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이기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 순간의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p.34)고 말한다.

이 글의 요지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자연의 다른 생명체들과 우리가 동류라는 물활론적 사고방식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데 진보의 또 다른 이름인 휴머니즘으로, 정상적인 상태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도덕으로, 인간 종 중심주의를 강화시키는데 쓰이는 과학으로 힘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는 유아론으로, 자기기만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으로 삶을 영위해나가는 인간 종에 대해 인류가 자기 운명을 책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세상을 구원한다거나 과학이 비합리성에 합리성을 가져다 주리라는 믿음을 갖는 것에 대해 가차없이 비정상적인 환상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적 성공에 복무하지 진리에 복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엔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삶이란 이런거다. 우리의 삶은 우연이 만들어내는 일련의 사건들이니 그저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삶이란 과학과 기술을 한껏 활용하되 그것이 우리에게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온전한 정신을 주리라는 환상에는 굴복하지 않는 삶, 평화를 추구하되 전쟁없는 자유라는 것이 오리라는 희망을 갖지 않는 삶, 자유를 추구하되 자유라는 것이 무정부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에서 잠깐식만 찾아오는 가치라는 것을 잊지 않는 삶이라고 말이다. 

종교, 정치 그 어떤 것도 인간본성을 그 자연적 조건에서 구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얼마나 급진적이든 간에 임시변통의 조치일 뿐 되풀이 되는 악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소박한 장치라고 말하는 저자는  인간을 믿지 않기로 한 걸까? 인간에게 희망을 보지 않기로 한 걸까?.. 책을 읽는 내내 착찹한 기분이었다. 역사는 그저 변화를 거듭할 뿐, 진보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니 세상을 구원하려들지 말고 그저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저자는 러브 룩의 가이아 이론에 마음을 담고 있는 듯 지구의 자기조절력을 믿는 것 같다.  

분명 저자의 글에서 비판과 옹호를 함께 경험할 것이다. 적어도 파괴적이고 약탈적인 인간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야만성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 숙연해진다. 아,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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