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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이야기 그림 이야기 - 그림속에 노닐다

by 나?꽃도둑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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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림 이야기 -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이야기 그림 이야기

당대의 혹은 전대의 유명한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이야기(서사)를 다룬 그림, ‘이야기 그림’에 대한 책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동양화는 당대의 혹은 전대의 유명한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삼는다. 저자는 동양화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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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림이라 하면 그저 문학작품 속의 이야기 나열이 아닌 화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이 필요하며, 텍스트의 분위기와 화가의 성정하고도 맞아 떨어질 때, 제대로 된 작품은 탄생되어 진다고 한다. 저자는 문자가 이미지로 전환되는 창조적 과정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권(두루마리), 축(족), 병풍, 삽화의 변천과정을 짚어보며 대표될만한 작품들을 골라 작품소개와 옛그림의 전통이 현대에 어떤 영향으로 남아 있는지 보여준다.

이야기 그림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북송대에 활약한 문인화가들의 작품 중 최고라 할만한 <적벽부도> <귀거래도>. 남송과 원대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텍스트의 해석과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직업화가군이 형성되어 많은 작품이 나왔으며 유명한 텍스트의 경우 도상이라 불릴만한 상징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원에서 명,청으로 왕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방작(선배들이 그린 옛그림)이 주도권을 잡아나가게 되었고 이것이야 말로 이야기 그림이 오랜 시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였음을 밝힌다.
  

사실 동양화는 이야기 속에서 발현된 것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있을 테고 아는 이도 있을 테다. 텍스트의 장면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나타냄은 이야기의 깊은 이해 없이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에 수긍이 간다. 또한 문자 텍스트로는 모사할 수 없는 것들(언어적 의미에만 집중함으로써 한계가 있는)을 그림으로 나타냄으로써 사물을 그대로 보지 않고 마음의 감흥에 따라 또 도의 태도를 중시 여기는 전통에 따라 맥을 이어온 옛그림은 보는 것은 그저 믿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이야기 그림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풍부하고 깊이 읽어지는 걸까? 그림 앞에서 감상자는 문자 텍스트가 미처 끌어내지 못한 어떤 상상의 공간으로도 안내될 것이고, 새로운 감흥과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그림 앞에선 어찌 읽어내든 감상자 마음대로다. 
 

텍스트와 만나는 태도, 회화적 언어인 필법, 시점과 사물의 배치, 시간적 순서와 상징적인 장면 포착하기, 텍스트와 다르게 해석하기 등을 통해 화가들은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현한다고 하였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형식과 내용면에서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후배들은 선배들의 복고정신의 맥을 이어온 것이고 그리하여 같은 화제를 두고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해온 그림들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문화권에 있었던 우리의 화가인 김홍도의 <서원아집도>, 정선의<귀거래도>를 보면서 저자의 독법을 따라가다 보면 빈틈없는 그들의 섬세한 손길에 잡힌 붓의 미세한 떨림이 잡힐 지경이다. 그 떨림은 미숙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대하는 어떤 경외감 같은 것에서 오는 것이리라.

<이야기 그림 이야기>는 옛그림 앞에서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림을 읽어주는 사람 앞에 턱을 괴고 오래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옛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그리하여 소통의 물꼬가 조금은 뚫린 듯 어느덧 장대천의 <도원도>의 배 위에 내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아보게 된다. 연분홍 매화 향을 맡으며 유유자적하며 배 위에서 노닐고 있다. 한낱 꿈이련가? 아무렴 어떨까, 그림이 주는 감흥에 따라 내 몸을 맡기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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