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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슬픔을 딛고 사랑 쪽으로 몸 기울이기

by 나?꽃도둑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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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의 장편소설로, 2009년 초여름부터 초겨울까지 알라딘에 단독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가장 깊이 절망하고 고민하고 상처받았기에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 소설은 바로 그 청춘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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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죽음과 삶 사이에서, 고통과 안온함 사이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다. 격변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서로를 보듬고 다독이며 오늘을 잊지 말자고 애쓰는 모습들이 참으로 처연하다. 청춘의 한 때를 죽음과 고통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오늘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인 시켜주는 것은, 사라진 애인을 찾다가 절망하고 분신으로 항거한 미루의 언니처럼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불투명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갈팡질팡하면서도 답을 찾아가는 청춘의 한 때를 그렇게 지나온 것이다. 윤, 명서, 미루, 단이, 그리고 청년들을 바라봐야 했던 윤교수.

  어느 날, 윤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크리스토프인가? 아니면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인가?” 라고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함을 느낀다. 현재에 우리가 있기까지 앞 서 살다간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들은 업혀 온 아이일 수도 있을 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업고 강을 건너는 크리스토퍼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에게 빚지고 그 빚을 조금이라도 돌려주는 삶을 살아야 함을 알게 해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암울한 시대를 살아낸 이 땅의 수많은 윤, 명서, 단이, 미루를 생각해 본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했다. 그 곳에 이별이 있었다 한들, 아픔이 있었다 한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있었다 한들 모든 것은 지나가게 마련이라는 것, 그들이 보아야했던 부당하고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질문하고 회의하고 영원히 따라붙게 될지도 모르는 그때 내가 무얼 했나 하는 자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도 그들은 뜨겁게 살아내었음을 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 할 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그 절망에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윤교수의 말은 큰 위안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간 일들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만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세상은 명사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동사나 형용사적 틀인 셈인 것이다. 신경숙은 시대적 유감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역사적 수레바퀴 아래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증언하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몰개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섬세하고도 따듯한 손길에서 인간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느껴진다. 슬픔을 딛고 사랑 쪽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 애썼다는 작가의 말은 이 소설의 의도된 바를 잘 나타내준다. 누군가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고 나또한 그 누군가를 걱정하는 관계망 속에서 우리는 성장함을 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찾는 일은 생명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소설은 알게 해준다. 

 사랑하면서도 같이 있으면 서로를 훼손할거라며 부러 멀리 달아나버리는 명서, 그런 명서를 이해하면서도 선뜻 붙잡지 않는 윤, 가슴 한켠이 폭격 맞은 것처럼 처참하고  불가해하더라도 결국엔 그 페허는 두 사람이 함께 메꿔가야 함을 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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