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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청동 해바라기 - 청동과 해바라기의 삶의 변주

by 나?꽃도둑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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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해바라기  사계절 1318 문고 44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8월

 

청동 해바라기

문화혁명시기의 중국의 한 오지 마을, 말을 못하는 청동과 예쁜 소녀 해바라기가 사는 보리밭 마을에 도시 사람들이 몰려와 간부학교를 세우고 밭일 논일을 하는 것도 모자라 밤새도록 회의를 하고, 강가의 모래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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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해바라기>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상흔을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곱디고운 소설입니다. 사상적 대립과 인간적 갈등이나 묵직한 아픔을 녹여낸 다른 소설과는 달리 <청동 해바라기>는 서정성이 녹아있는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기와 피비린내 나는 문화혁명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는 시골 한 오지의 마을에서 상처 입은 두 아이와 그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고도 아릿하게 그려집니다. 작가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는 가족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또한 너와 나의 일이 따로 없는 관계망 속에서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적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줍니다.

해바라기와 청동.
해바라기 아버지가 조각한 청동해바라기 마냥 이 둘은 이질적입니다. 따듯한 느낌의 해바라기와 차가운 느낌의 청동이 결합함으로써 무한한 기품을 느끼게 하듯(p.44) 따듯함과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해맑은 해바라기와 외롭고도 묵직한 아이 청동의 결합은 가족이 된 후 온전히 빛을 발하게 됩니다. 둘은 어디를 가나 함께 합니다.
청동은 해바라기로 인해 글자를 깨우치고, 홀로 소를 타고 다니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되고, 해바라기는 청동과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자라게 됩니다.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듯 해바라기와 청동은, 청동으로 조각된 해바라기로 완성되어 집니다.

해바라기와 청동이 보여주는 삶의 변주들은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인생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우여곡절의 그 어디쯤인가에 아픔이 있고 고통과 고난이 있지만, 강물이 흘러가듯 언젠가는 저 멀리 흘러 가버리는 날이 온다는 것, 그리고 기쁨과 행복이 우리 인생에 찾아들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삶에 있어 고난과 고통은 필요 불가결한 요소이고 가치 있는 일임을 알게 해줍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고난의 시대를 묵묵하게 견디는 법을 (그 안에서 배려하고 사랑함을)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지닌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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