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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

르네 마그리트 <불가능의 시도>를 읽다

by 나?꽃도둑 2020.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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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예전에 손석희 뉴스룸에 나와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 아닌가요? 라는

손석희의 질문에 이효리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에 대한 바람이고 욕심은 한도 끝도 없이 낼 수 있는 거니까요"

 

맞다. 이효리의 바람 자체가 모순적이긴 하다. 

유명인들은 유명세를 치루게 되어 있다. 대중의 관심속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효리가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반문을 하던 순간

탁 하고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가능한 것만 꿈꾸고 시도하고 받아들이고 그러한 생각에만 갇혀 있던 내게

이효리의 말 한마디는 내 안의 얼어붙은 생각을 깨는 도끼와도 같았다.

이런 류의 말을 아예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언어라는 게 참 요상하다.

단어의 위치이동과 토씨 하나 바뀌고 조사 하나만 바뀌어도 전달되는 뉘앙스가 달라지니 말이다. 

이효리가 했던 말의 뜻과 의미를 가진 말은 사실 넘친다.

그럼에도 내가 꽂힌 이유는 무얼까?...

 

르네 마그리트의 <불가능의 시도>와 이효리의 말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한다는 뜻의 시도는

죽을 힘을 다해 꼭 이뤄내겠다는 뜻이 아닌

그래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불가능한 것도 한 번 해보는 거지!  가볍고도 경쾌한 몸짓에 가깝다.

말 그대로 시도인 셈이다.

 

삶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시도의 점으로 이루어진 선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실선이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점선이다.

오점은 무엇보다 뚜렷하게 남을 수도 있고 어떤 점은 흐릿할 수도 있다.

처음의 모든 것은 시도였던 걸 떠올려보면

불가능의 시도는 필요불가결한 삶의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블로그할 꿈도 못 꾸던 사람이다.

워낙 게으르기도 하고 블로그는 내가 할 수 없는 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이 바뀌어 있었다.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하물며 가끔 즐기기까지 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이곳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불가능의 시도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걸 꼭 성공이냐 실패냐로 따질 필요는 없다.

시도 그 자체만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 화가는 빈 공간에다 여성을 그리고 있다. 이제 팔만 그리면 완성이다.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입체적이고 리얼하다.

그리스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처럼 생명을 불어넣고자 시도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빈공간에다 그림을 그린 자체가 불가능의 시도인 걸까?

정말 재밌는 설정이다.

다른 관점에서 봐도 흥미롭다. 여자를 세워두고 붓으로 지워버리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불가능의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마주치게 되고 사유하게 된다.

모순어법과도 같고 언어유희와도 같은 말이지만 그 속에서 메시지를 찾고 싶어 헤매기도 한다.

당장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마주치게 되는 불가능의 시도조차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불가능의 시도가 모호한 것에서 출발하여 구체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미리 포기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울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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