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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by 나?꽃도둑 2020. 12. 19.

"무지개 끝에는 황금이 있대."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언론이나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관객들 중 더러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 작품이다. 그냥 '재미없다, 지루하다' 등의 단순한 평이 아닌 불쾌감을 드러내는 수준이었다. 버릇없는 아이들과 정말 대책 없는 부모, 아이들의 암울한 현실을 무지개색으로 그려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섯 살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친구들은 디즈니 랜드 건너편 보라색 건물인 매직캐슬에 산다. 편부모 혹은 할머니 밑에서 주당 방세를 근근히 내며 살아가는 빈민촌의 아이들이다.  

디즈니월드는 놀이기구로 가득한 천국인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옥에 가까울 정도로 열악하고 온갖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그 지옥에서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천국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관광객들에게 얻은 잔돈을 모아 아이스크림을 사서 서로 돌려먹거나 거리를 뛰어다니고 폐허가 된 모텔에 들어가 불을 내기도 하고 놀이터인 세상을 천방치축 뛰어다닌다.

 

 

 

나는 여섯 살 악동 무니를 알게 되어 기뻤다. 버릇없고 막무가내지만 귀엽고 사랑스런 무니를 통해 아이들이 품고 있는

세상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무지개 색으로 그렸다고 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 본연의 색을

가릴 수는 없다. 아이들은 사소한 일에 토라지다가도 금세 마음이 풀려 헤헤거리는 존재다. 주위에 널린 찌질한 어른들을 흉내내는 말투와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지만 성장중인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을 흉내낼 뿐이다. 

무니와 친구들은 그러면서도 천진난만하다. 죄의식이나 윤리의식이 전혀 없다. 그저 재밌는 놀이에 빠져 있을 뿐이다.

무니가 젠시를 알게 되는 과정도 재밌다. 무니와 친구들이 2층에서 자동차에 침을 뱉는 놀이를 하다가 젠시할머니에게 들켜 혼나지만 아이들은 욕으로 대든다. 결국 무니 방까지 찾아 온 젠시할머니는 아이들 스스로 자동차를 닦게 한다. 그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젠시에게 무니가 "너도 닦을래?" 하고 묻는다. 젠시는 씩 웃으며 "응" 하며 같이 신나게 닦는다. 할머니가 니가 할 일이 아니라고 말려도 아이들은 이미 똘똘 뭉친 상태다.

 

스쿠티(좌) 무니(중), 젠시(우)

 

잠깐 상식!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계획에 붙인 가칭이다. ‘프로젝트(project)’라는 단어는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1971년 ‘매직 킹덤’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개장한 이후 현재까지 성업하고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주변에는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쓰이고 있는 모텔들이 즐비하다. 관광객을 위해 지어졌을 모텔에는 주(week) 단위로 투숙하는 소위 ‘숨은 홈리스(Hidden Homeless)’들이 살고 있다.- 출처 다음영화

 

영화제목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인건 매우 의미심장하다. 천진난만한 여섯살 무니와 친구들의 놀이터가 주거복지를 위한 곳이었지만 온갖 사연을 지닌 루저들의 거처가 되었으니 말이다. 

감독 션 베이커는 영리하게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삐에로의 이면처럼 무니가 처한 상황은 결코 안심할 수도 즐겁지도 않은 환경이다. 단지 아이들은 어떤 상황이든 자기들이 만든 세계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즐거움을 찾는 천진난만함을 가진 존재일 뿐이다. 마치 시궁창에서도 꽃을  피우는 연꽃과도 같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마냥 해피앤딩은 아니다. 아이들이 가진 놀라운 본성과 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가혹한 현실은 아이들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무니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는 정부 보조금을 받다가 그것마저 끊기자 불법 판매와 매춘을 하게 된다. 그러다 발각되어 무니의 양육권을 정부기관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모텔 매니저 바비(윌렘 데포)의 묵묵한 시선도 영화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러한 사회적 비극을 드러내는 방식은 너무나 세련되어 보인다. 개인의 비극이 지극히 개인 만의 문제인지... 누가, 무엇이 매직캐슬에 사는 사람들과 무니와 같은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방치하는지 진지하게 질문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무니의 연기는 놀라움 그 자체고 마지막 장면은 마법과도 같다.

엄마와 헤어질 것을 알게 된 무니는 자신을 데리러 온 사람들을 피해 도망간다. 젠시를 찾아가 울음을 터트리자

젠시는 아무 말없이 무니의 손을 잡고 달린다. 감독은 손을 잡고 달려가는 두 아이의 뒷 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준다.

그러다 디즈니랜드 인파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인파속으로 사라져간 무니의 뒤를 쫓고 있는 기분이 든다.  플로리다의 햇빛 속에서 금세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아주 잠깐이었던 내 어린날의 시간 속을 헤매고 있는 걸까...

아무튼 부디 무니와 젠시의 꿈이 진짜 놀이의 천국인 디즈니랜드에서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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