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더 좋아한다. 특히 분홍빛 하늘에 환장한다.
퇴근 길에 기가막힌 해질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차가 막히는 외곽도로를 피해 달맞이 길로 들어섰는데 푸른빛과 분홍빛이 한데 어우러진 하늘이라니!
숨 막히도록 황홀했다. 차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황홀하다.
해질녘 노을은 해가 넘어가기전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을 물들이곤 하는데 매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프랑스에선 해질녘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른다.
해질녘은 붉그스름하게 물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
완전히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상태로 매우 아름답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곳에서 나의 시간도 멈춘다.
나는 어느 곳으로도 가고 싶지 않다.
딱, 이 순간... 멈추어서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이러한 순간을 잊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발리 해변에서 본 노을은 한 폭의 그림처럼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한 장면을 가슴 속에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름다움 만은 아니었다.
여행지에서의 감흥과 이국적 운치로 인해 감상적으로 혹은 감각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여행자로 해운대 노을을 만났다면 또 다른 감흥에 젖어들었을 것이다.
낯선 시간을 경험하는 것,
이방인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은 삶의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잠자고 있던 세포들을 하나 하나 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하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노을을 보라, 한 번도 보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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