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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책]삶을 바꾸는 책 읽기

by 나?꽃도둑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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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그냥 제목만 보아서는 과장된 구호처럼 보인다. 살다보면 삶을 바꿀만한 일이나 기회를 좀처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삶이란 오래된 습성처럼, 일정한 틀에 맞추어져 정형화되기 일쑤인데 겨우 책읽기로 바꿀 수 있다니? 아니 삶을 바꾸는 책읽기라니?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사실 모두가 앞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을 하기 일쑤고, 삶의 그늘은 더 짙어지고 확대되어 가고 있는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참으로 팍팍하고 고단해 보인다. 어쩌면 노력만으로 자기 삶을 변화시키거나 보상받는 시대는 저 멀리 달아나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가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삶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이긴 하지만 단순히 의식주만 해결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삶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태도, 생각, 가치, 의식 등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밥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거나 좋은 옷 한 벌을 더 얻을 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삶이 흔들리고 불안할수록, 삶이 따분하고 힘들수록 책 읽기를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이 밥이 되지 못하지만 자신을 성장시키고,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미 내가 경험한 부분과 닿아 있기도 하다. 한때 삶이 살얼음판이라고 느꼈었던, 그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책 읽기의 덕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이 했던 사업이 연이은 부도로 인해 집안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통장에는 잔고가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카드 돌려막기와 내가 버는 조금의 수입에 의존해서 생활을 꾸려나갈 정도로 비참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하루살이가 된 기분이었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은 어두운 터널 같았다. 또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통로인 오감은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일방통행처럼 하나의 감정만 살아 있었고 날이 서있었다. 늘 불안한 상태였고, 우울했다. 2년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온갖 불만과 우울과 불안이 침전물처럼 삶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아프고 눈물이 났다. 그러다 친구의 손에 끌려 독서회에 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권의 선정도서를 읽고 토론하고 짧게라도 글을 썼다. 나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어갔다.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어느새 책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삶의 변화를 시도한 책 읽기도 아니었고, 책에서 위로와 쓸모를 찾고자 하는 방편도 아니었다. 단지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한 몸짓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내 삶은 놀랍게도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정말 그랬다. 반쯤 남은 컵의 물을 보고 "이제 반 컵 밖에 안 남았네" 하는 것에서 "물이 반 컵이나 남았네" 하는 합리적이고 삶을 긍정하는 사고를 하기까지는 책 읽기가 없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깊어지고 풍요로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지금의 생활이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내는 방식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겪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읽기를 하면 삶의 양적인 측면에서의, 의식주의 안온한 삶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자기 성장과 삶의 질적 변화,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책 읽기를 권한다는 걸 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책 읽기의 수식어가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책 읽기를 권하는 마음에는 진심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어떤 형태의 것이어야 할까? 그냥 닥치는 대로 아무 책이나 읽어야 하는 걸까, 한 권의 양서라도 몇 번에 걸쳐서 읽어야 하는 걸까, 책 읽기에도 능력이 요구되는 것일까, 삶이 불안한데 책을 들고 앉아 읽어야 하는 걸까, 책이 과연 우리 삶에 진짜 쓸모가 있는 걸까, 하는 정말 사소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저자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들추어가며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꼼꼼히 밝혀두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표면적이고 즉각적인 것에 몰두하는 삶보다, 알 수 없는 불안과 실현하기 어려운 욕망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책 읽기를 도구로 삼아 삶의 터전을 잘 가꾸어 가는 일은 무엇보다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책이 모든 것에 적용되고 온갖 일에 두루 쓰이는 약방의 감초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책 읽기는 진심으로 읽고자 하는 이에게, 책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을 찾고자 하는 이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책 읽기는 마주하는 일이고, 대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 읽기에 있어서 일방적 통행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쌍방향 통행이고 상호작용을 하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서 하는 이야기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마주 보게 하고 돌아보게 하는 힘이야말로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지녔던 오만과 무지는 거기서부터 틀을 깨고 나왔으니까 말이다. 문자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보다 무엇을 읽건 거기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책읽기는 결국 인간의 흔적을 들여다보면서 거기서 길을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인간이 걸어온 발자취이자 역사이다. 개인의 삶 역시 각자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가면서 불평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길에 널려 있는 온갖 것들과 눈을 맞추고 교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삶은 느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버리고, 펼쳐보고 살아내는 행위의 총체라고 생각한다. 이 불안한 시대에 책이라도 읽어야지 더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자조 섞인 위로가 아니라도, 책읽기를 통해 나를 바로 세우고 세상을 직시하고 삶을 이해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풍요롭게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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