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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매독 - 자유와 방종의 대가

by 나?꽃도둑 202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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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
데버러 헤이든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4년 8월

 

매독

책은 매독의 유럽 출현, 매독과의 전쟁 등을 역사적 인물 14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매독이라는 병이 얼마나 복잡다단한지를 짚었다.

www.aladin.co.kr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이 매독으로 추정되는(그 당시 의사들은 사인을 매독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질병에 희생자가 되었음을 아는 일이란 놀랍고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을 '파우스트의 자식들' 또는 '밤의 신사들' 이라 부르기를 주저 않는 저자는 콜롬버스,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보들레르, 링컨과 메리 링컨, 플로베르, 모파상, 니체, 오스카 와일드, 히틀러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매독으로 고생하다가 자살하거나 육체적 고통과(두통, 마비증세, 구토, 치매, 발작, 경련, 불면증, 정신착란, 과대망상, 시력과 청력 상실, 말더듬 등) 광기에 사로잡힌 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였음을 보여준다.

     매독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이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어보는 뜻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역사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고 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오늘날 매독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 병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에이즈가 차고앉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가십거리는 언젠가는 절로 잠잠해지거나 시간의 늪으로 묻혀지기 마련이지만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사건에는 항상 탐정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들은 집요하게 인과관계를 파헤쳐 가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지적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매독>의 저자 또한 사건을 따라가게 된 경위를 밝혔다.
루 살로메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에 관한 책을 찾아 읽던 중 니체와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스가 니체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사람들은 오빠가 어린 소년과 비역질을 한다고 지껄여대고 있다." 고 썼다. 이에 격분한 니체는 루 살로메를 의심하여 단호하게 절교를 선언하게 된다. (나중에 그 주범이 바그너였음을 알게 되지만 루 살로메는 니체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니체와의 고통스런 추억에 대해 함구하게 된다)저자는 그 당시 니체가 매독을 앓고 있었다는 증거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니체에서부터 시작된 추적은 근 5백년이라는 역사를 거슬러 콜롬버스에 이르기까지 이동경로를 따라간다.

  매독 환자인 그들에게서 작가는 그들의 인생이 반영되어 있음을 간파해낸다. 매독은 폭발적인 천재성을 낳기도 하는데 저자는 매독의 창조성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모든 위대한 철학은 그 자신의 개인적인 고백이며, 일종의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 속에 들어있는 기억이다." 라고 한 니체의 말에 동의하였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과거의 매독 진단 방법에 따라 그들의 생애를 검토해 나간다. 아직도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한 사람들의 생애를 놓고 확실하게 매독이었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는 그들의 삶이 매독의 진행 단계에 따른 특이한 점들이 있었음을 발견해내고는 그것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쾌락과 예술이라.....
우리가 도덕적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조차 가장 음탕한 매독환자였다니.....
인간의 욕망은 이상과는 다른 길임에 틀림없다. 어떤 이는 그 곳이 악의 구렁텅이든 시궁창이든 거침없이 쾌락을 위해 자기의 영혼을 판 파우스트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경험이 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영감을 받는 원천이기도 한 것을 보면 인간의 욕망과 광기는 필요악인가 싶기도 하다.
참으로 자유로웠던 사람들, 하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다. 자유와 방종에는 그 책임이 따른다고 하였다. 과연 그 뒤에 따르는 책임(어떤 댓가로 나타나든)조자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일까?
비교적 자유롭게 살았다고 하는 사람들, 과연 그들은 고통, 고뇌 없이 마냥 자유롭기만 했을까? 분명히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때론 거리낌없이 살았지만 누구나 느끼는 삶의 무게는 같지 않았을까....... 아니 오히려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것에 자신이 없거나 속박을 못 견뎌서, 야생마처럼 울타리를 벗어나 원시성을 회복하는 일에 자신을 던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처에 늪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밀림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안전하게 그 길로 가지만 선지자의 삶을, 혹은 특별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한번도 가지 않은 길로 성큼 발을 내딛기도 하는 것을! 물론 그들의 발자취는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 되기도 한다.

  어느 길, 어느 골목에서 매독을 얻게 된 천재들이여!
그대들의 광기와 궤적이야말로 다양하고 심도 있고 가치 있는 인류 문화의 자산으로 남았음을 안다.
그 지난한 삶에서 벗어나 고통스런 육신을 누이었으니 이제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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