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

<마이 라띠마>- 얼룩진 삶의 변주곡

by 나?꽃도둑 2020. 5. 26.
반응형

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0639#

 

마이 라띠마

가족도, 친구도, 직업도 없이 벼랑 끝에 선 그 남자, 수영코리안 드림을 안고 국제 결혼한 태국 이주민 ...

movie.naver.com

여기 가난한 연인이 있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느꼈던 비루함과 때묻지 않은 영혼의 영롱함이 뒤섞인 모습을 <마이 라띠마>에서도 볼 수 있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유지태의 첫 작품으로 대학시절부터 15년 이라는 세월동안 보석을 가공하듯 영화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조금씩 가다듬어 세상에 내놓았다. 신용불량자에 온전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수영은 폭행을 당하고 있던 20대 초반의 태국여성 마이 라띠마를 구출해준다. 마이 라띠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의 무게를 견딜힘이 없음을 알고 수영을 따라 포항을 떠나 서울로 간다. 그렇다고 서울에서의 생활이 더 나아진 것이라곤 없다. 다만 억압되었던 생활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수영과의 따뜻함속에 안주한다.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지만, 아무튼 마이 라띠마의 생활은 이전보다 더 형편없고 궁핍해졌지만 삶은 훨씬 성장하고 풍부해졌음을 보여준다. 어린이마냥 두려움과 호기심어린 표정에서, 수영을 끌어안는 행복한 여자로서의 표정에서, 호스트로 정신없이 자신을 내맡기고 살아가는 수영과 자연스레 헤어진 마이 라띠마는 임신을 한 몸으로 거리의 부랑자로 살면서 강하게 살아남으려는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끝내 자신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돌아온 수영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이 라띠마. 그녀의 당찬 모습에서 한층 더 성숙하고 깊은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적지 이용만 당하고 무시당하며 살았던 20대 초반의 마이 라띠마의 역에는 한국배우인 박지수가 열연했다.

 

 

 

<마이 라띠마>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다. 사랑, 삶의 의지, 성장 등 그 이면의 이야기가 될 여지를 유지태가 의도한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사회고발적인 기능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다문화, 거기서 빚어지는 인권유린과 철저하게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무시된채 사회의 밑바닥, 혹은 그늘 밑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식상한 소재가 되었을 만큼 오래되었다. 하지만 오래 되었다고 반복적인 행위가 멈추었거나 인식이 바뀌는 건 아니다. 어딜가나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악인들은 득실대기 마련이고, 그 악어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걸 빤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소시민들이 여전히 거리를 메우고 있다. 영화 한 편으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던 예들을 우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마이 라띠마>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이지만 스토리가 지니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요소를 충분히 녹여낸 작품으로 보인다. 상영관에 걸릴 때 어떤 모습이 될런지는 몰라도 구성의 치밀함, 밀도있게 짜여진 이야기는 더 조밀하고 개연성있게 짜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