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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

<생은 다른 곳에>-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

by 나?꽃도둑 202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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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330#

 

생은 다른 곳에

세 인물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조건과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드는 수작. 카메라는 보스니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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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가?

롤란도 콜라의 신작 다큐멘터리<생은 다른 곳에>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근 10년 동안 보스니아 양치기 남자, 스위스 간호사 여자, 정신과 의사인 쿠바 남자 이렇게 세 사람의 삶을 수년간 따라가며 인터뷰와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국적과 사는 곳 하는 일이 전부 다른 그들에게 살면서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말 하고 싶은 것과, 꿈을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들의 삶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담아낸다.

 

산에서 혼자 양을 치며 살아가는 보스니아 남자는 뭉근하게 끓인 스튜와 마른 빵으로 매번 끼니를 떼운다. 아주 오래전 회전톱에 손가락 네개를 잃었고 지독한 가난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가장 견디기 힘든것이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쿠바에 사는 정신과 의사인 남자는 달러로 환산하면 20달러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 살아간다 그역시 혼자다. 허름하고 구석진 원룸에서 뱀과 카멜레온을 키우며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해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유에 대한 억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반체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스위스에 사는 간호사 여자는 비교적 좋은 환경과 안정적인 직업이 있지만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픈 딸과 함께 살고 있고, 행복하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고 거기서 터기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국가, 지역, 가정이라는 환경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일까? 그게 자의든 타의든 정해진 길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계획을 세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해보지만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은 쉽사리 방향을 틀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연과 필연의 부딪힘의 연속성에서 삶은 뜻하지 않은 일들로 넘쳐난다. 좌절하고 지치고 포기하는 동안 자신이 정말로 살고 싶은 생은 다른 곳에 있음을 알게된다. 이 세사람의 삶이 보여주듯 현실과 괴리되는 많은 문제들이 어떤 위안도 위로도 되지 못할 때, 보스니아의 양치기 남자처럼 이제 기다리는 건 죽음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랬다. 영화는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세사람이 원했던 것이 행복이든, 자유든, 외롭지 않게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것이든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거나 부재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정말로 원하는 삶은 다른 곳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한 것들을 처음부터 원했지만 얻지 못했던 건지, 있다가 사라진 것이어서 원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현실과 꿈의 괴리에서 오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미친듯 음악을 듣거나 춤을 추거나 여행을 한다거나 하는 어떠한 일에 몰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잘 살기 위해서는 그 간극을 줄이던가, 다른 곳에서의 생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행복할 권리를 포기하라는 말인가? 아니 어쩌면 인간의 운명은 시지프스의 고행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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