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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맹신자들 - 대중운동의 다른 이름이 혹시 전체주의?

by 나?꽃도둑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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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자들 - 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
에릭 호퍼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1년 9월

 

맹신자들

나치즘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광풍이 휩쓸고 간 194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부두 노동자 에릭 호퍼는 일하는 틈틈이 철학 논문을 썼다. 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벗어던지고, 국가ㆍ교회ㆍ정당 따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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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위대하기를 원하지만, 불행한 자신을 본다. 
그는 완전하기를 원하지만 불완전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본다.
그는 뭇사람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결함이 그들의 혐오와 경멸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안다.
이렇듯 궁지에 빠진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의롭지 못하고 가장 죄악적인 정념이 태어난다.
왜냐하면 자기를 책망하고 자기의 결함을 인정하게 하는 이 진실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파스칼[팡세]  

 

에릭 호퍼는 대중운동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 것일까? 그 본질을 파헤치고자 125가지 단상을 적고 있다. 대중운동의 생성과 체계를 대중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과 선전과 구호를 도구로 삼아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며 그들을 조종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일단 대중운동이 인간의 자유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냉소적이고 부정적이다. 나치즘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황폐화 된 직후에 나온 책이라 그 당시로는 시기적절하고도 매우 중요한 책이었으리라 보아진다. 조직되지도 않고 절망과 증오로 가득찬 대중, 특히 어떤 숭고한 대의에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광신적 신념을 갖춘 맹신자들과  대중운동이 갖는 매력에 이끌린 잠재적 전향자들과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요구되며 행해졌는지 그들의 시작과 끝이 어땠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분명 에릭 호퍼도 인간에 대한 불가해성과 환멸로 이 단상들을 적어나갔으리라 짐작된다.

모든 대중운동이 갖추어야 할 강령 중에 하나가 희망과 미래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면  나치즘이나 파시즘, 공산주의 혁명 같은 대중운동은 성공한 셈인 것일까?

여기서 한나 아렌트의 지적을 덧대어 볼 만 하다.  


' 대중을 통솔하고 그 지지에 힘입어 대중을 움직이는 운동에는 항상 전체주의적 요소가 숨어 있다. 전체주의 정권은 이들에게 개인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대신에 역사적 운동의 주체라는 허위의식을 심어준다. 거대한 운동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위해 자신의 인격과 개성을 희생한다. 대중은 하나의 개인인 것처럼 움직인다.'

  
 그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충성심과 자기희생을 기꺼이 이끌어내고 현재를 거부하고 장미및 미래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은  조금의 의문도 의심도 없이 지속적인 힘을 발휘한다. 맹목적 신념과 모방, 자부심, 자신감, 목적의식, 숭고한 의무감, 희망과 보상 등 효과적인 대중운동은 사람들 마음 속에 죄의식을 키운다고 하였다. 대중운동은 추종자들에게 죄를 짓고 뉘우치는 범죄자의 심리와 정신 구조를 심어주는 기법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렇다면 모든 대중운동의 다른 이름으로 '전체주의적 요소가 숨어 있는 것'으로 불리우는 것은 곤란하다.  에릭 호퍼가 바라보던 시대하고 지금 현재의 대중운동과는 분명 구별되거나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모든 대중운동 속에서 개별성과 자유를 보장받고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존재라는 것을 되새겨 볼 때, 에릭 호퍼가 바라보던 시대를 반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대에는 불안한 사람들의 출현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양성의 존중과 소통과 열려 있는 공간 속에 놓여 있을 때에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연대와 인권과 개성을 존중 받을 곳에서만 가장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만 주어진다면 인간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과 무자비하고 집요한 박해는 광적인 신념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문을 품지 않으며 망설이지 않는 것 또한 맹신자의 악습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배워둬야 할 것이다. 

'자기에 대한 불만과 너무 쉽게 믿는 경향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듯하다. 자신의 참모습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는 이치에 맞는 것과 분명한 것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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