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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접이식 욕조가 드디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목욕탕에 발길을 끊은지 6개월을 넘어서자 한계치에 다다른 건지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찌뿌뚱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접이식 욕조를 사게 된 것이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법,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라는 옛날 영화제목처럼 몸은 너무나 정직하다.
포장을 뜯자마자 뜨거운 물 받고 바로 입수!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을 읽으려고 들고 갔지만 책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광고에서처럼 덮개 위로 고개와 팔을 내밀고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덮개를 덮는 데 실패했다.
누가 위에서 덮어주지 않으면 사진에서처럼 완벽한 모습을 재현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아무튼 노곤노곤 따듯따듯 30분이 지나자 머리 밑에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욕조를 떼어낸 게 후회되었지만 접이식욕조도 나름 훌륭했다.
성인 남자가 들어앉아도 될 만큼의 크기와 물의 온도를 비교적 잘 유지하는 편이었다.
단점이라면 필요시 지지대인 봉을 끼웠다 뺐다 하는 것과 물 빼는 일이 번거로웠다.
바닥에 깔린 물은 위에서 조금 들어줘야 하는데 자꾸 봉이 스스륵 빠져 난감했다.
반신욕을 끝내고 보니 피부가 보들보들해졌다.
어쨌든 기대했던 것에 대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였던 접이식 욕조는 당분간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물건을 사게 되고
반신욕의 묘미도 알게 되었으니..
절반의 실패는 섣부른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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