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4시쯤 남편과 간비오산에 올랐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멩이가 있던 흙길 위에 야자매트가 깔려있어서 이전보다 걷기에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걸으려니 숨쉬기가 힘들었다.
좋은 공기 마시러 산에 와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
아무도 없을 땐 마스크를 내렸다가 사람의 그림자만 보이면 얼른 올려썼다.
산중턱에서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어디로 갈 것인가?...
프로스트도 두 갈래의..길 위에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노래하지 않았던가
다니던 길은 익숙해서 안심이고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모험의 길이다.
우리는 모험의 길을 택했다. 동네 뒷산에서 길을 잃어 조난당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걷다보니 또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이 나왔다.
가늘고 길게 뻗은 길들이 서로 유혹을 하듯 뱀 헛바닥처럼
날름거리고 있었다
왜들 이러시나?... 시험에 들게 하지 말지어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망설였다.
바로 그때였다.
무언가 풀숲에서 튀어나와 쏜살같이 우리앞을 지나 반대편 숲으로 사라졌다. 깜짝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지만 눈동자는 그들의 뒷모습을 쫓았다.
고라니였다. 크기로 보아 한 마리는 어미고 작은 두 마리는 어린 새끼로 보였다.
가지 않은 길은 역시 짜릿한 모험의 길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지나갔기에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라긴 했지만 고라니가족을 만난 행운을 누렸다..
어깨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고라니와 나는 어떤 관계였던 걸까?...만약 여차하여 서로 부딪혀 길바닥에 뻗었다면....이런 이런 이런 인연이...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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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를 보셨다니? 와우 신기해요^^ 며칠전에 나혼자산다에서 나온 이야기로는 고라니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서 멀리서 소리만 들릴뿐 마주치기는 어렵다고 했거든요. 인연이네요^^
답글
도시에 살면서 고라니라니...정말 행운이었죠^^
와우~~고라니..가족을 깜짝 놀랐겠어요^^!! 등산하다 고라니를 만난건 정말 행운 같네요😊
답글
로또를 샀어야 했는데 친정엄마 생신 때문에 어제오늘 정신이 없었어요..^^
역시 모험을 택해야 뜻하지 않은 행운도 만날수 있는건가 보네요 :)
답글
맞아요...라즈베리꿈 님도 모험한 이야기 들려주세요~^^
말로만 듣던, 우는 소리가 무섭다는 그 고라니를 만나셨군요. ㅎㅎ
간비오산은 산 이름이 참 특이해요.
답글
해운대 우동에 있는 산이예요. 고려말부터 때 왜적이 나타나면 봉화를 올리던 곳이기도 하고,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설에 의하면 간비오산은 ‘큰 나루’라는 뜻으로 큰 배가 오가던 위쪽 산이었다고 하네요..
산에 고라니가 있다니 신기합니다 ㅎㅎ 가보지 않은 길이 더 흥미롭긴 하네요
답글
그러게 말입니다...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근데 산에 고라니나 멧돼지들이 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