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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온갖 잡다한!)

가지 않은 길

by 나?꽃도둑 2021. 1. 25.

간비오산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일요일 오후 4시쯤 남편과 간비오산에 올랐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멩이가 있던 흙길 위에 야자매트가 깔려있어서 이전보다 걷기에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걸으려니 숨쉬기가 힘들었다.
좋은 공기 마시러 산에 와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
아무도 없을 땐 마스크를 내렸다가 사람의 그림자만 보이면 얼른 올려썼다.


산중턱에서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어디로 갈 것인가?...
프로스트도 두 갈래의..길 위에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노래하지 않았던가
다니던 길은 익숙해서 안심이고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모험의 길이다.
우리는 모험의 길을 택했다. 동네 뒷산에서 길을 잃어 조난당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걷다보니 또 여러 갈래로 뻗은 길이 나왔다.
가늘고 길게 뻗은 길들이 서로 유혹을 하듯 뱀 헛바닥처럼
날름거리고 있었다
왜들 이러시나?... 시험에 들게 하지 말지어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망설였다.

바로 그때였다.
무언가 풀숲에서 튀어나와 쏜살같이 우리앞을 지나 반대편 숲으로 사라졌다. 깜짝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지만 눈동자는 그들의 뒷모습을 쫓았다.
고라니였다. 크기로 보아 한 마리는 어미고 작은 두 마리는 어린 새끼로 보였다.

가지 않은 길은 역시 짜릿한 모험의 길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지나갔기에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라긴 했지만 고라니가족을 만난 행운을 누렸다..
어깨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고라니와 나는 어떤 관계였던 걸까?...만약 여차하여 서로 부딪혀 길바닥에 뻗었다면....이런 이런 이런 인연이...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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