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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

[영화] 캐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by 나?꽃도둑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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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에 대하여>는 영어권 여성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인 ‘오렌지상’을 수상한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제목처럼 캐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아니 할 수밖에 없는 영화로 2011년 칸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후 언론과 평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작이다. 현재와 과거를 세련되게 오가며 혼자 남겨진 에바의 고통과 삶을 보여준다.

 

출처 다음영화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모험가이자 여행가 에바는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캐빈을 낳는다.

준비 없이 엄마가 된 에바는 캐빈에게 정이 가지 않았고 캐빈 역시 그걸 알아차린다. 에바는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일과 양육에 메달리고 캐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유독 에바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캐빈은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를 골탕먹이기 일쑤다.

에바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며 캐빈과 가까워지려고 애를 쓰지만 매번 원점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러다가 캐빈은 에바가 읽어준 로빈훗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고 남편은 캐빈 생일에 활과 화살을 선물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캐빈, 자라면서 활쏘기가 점점 늘어나는데... 영화는 비극의 서막을 에바가 캐빈을 임신하고 

낳는 순간에 올렸다면 캐빈이 여동생 실리아의 기니피그를 죽여 부엌 싱크대 분쇄기 안에다 버리는 엽기적인 

일을 벌이거나 실리아의 눈 한쪽이 실명이 되는 일로 조금씩 그 긴장감을 더해 간다.

그러다 청소년이 된 캐빈은 무서운 일을 몰래 꾸미게 되는데....

소포클레스의 비극처럼 위기와 고통, 고통의 절정인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의 운명처럼 에바와 캐빈은

처음부터 꼬인 관계를 풀지 못한 채 불행을 맞는다. 

 

 

 

캐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들을 쏟아낼까....

모성애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디까지며 모든 여자에게 모성애가 당연히 요구되어야 하는 것인지,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지는 것인지 태어나는 것인지, 에바와 캐빈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들이 어떤 인간이며

왜 그 지경이 되었는지....

불행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성격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운명을 만든다는 공식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에바가 캐빈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점,

영리하고 예민한 캐빈이 그걸 뱃속에서부터 느꼈다는 점,

불협화음처럼 처음부터 어긋나고 삐걱거린 이 둘의 관계는 더욱 확장되어 가족과 학교 친구들의 죽음으로 끝을

맺게 된다.

 

 

캐빈이 수감되고 에바는 가끔 캐빈을 만나러 간다.

2년 째 되던 해, 에바는 캐빈을 보고 말한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구나..."

비로소 캐빈은 에바의 포옹을 받아들이는데 캐빈이 진짜 원했던 건 에바의 사랑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캐빈이 처음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 이 장면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늦게까지 기저기를 차고 청소년이 되었음에도 어릴 때 입던 옷을 입고 있거나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 등

캐빈이 보여준 애정결핍에 대한 신호에 에바가 관심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사랑을 주었다면 캐빈이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밖에 모르는 서투른 엄마 에바와, 사랑을 갈구했지만 거부되는 걸 뼈저리게 느낀 아들 캐빈.

비극은 사랑에 대한 결핍과 무관심이었다는 것을, 아니 적어도 비극의 씨앗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영화는 이야기할 지점들이 참으로 많다. 어떤 분석틀로 접근하든 가장 먼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바로 사랑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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