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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온갖 잡다한!)

보호색

by 나?꽃도둑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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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 나뭇잎 벌레

 

살아가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삶의 방편이 있다.

나뭇잎 벌레는 천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나뭇잎처럼 위장을 해서 살아간다. 

 

보호색 나뭇잎 나비

 

 

나뭇잎 나비도 마찬가지다

 

 

 

 

보호색 자벌레

 

 

자벌레도 마찬가지다

 

 

 

나뭇가지 자벌레

 

나뭇가지 자벌레도 마찬가지다

 

 

 

나는?..... 위장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인 척 하는 게 위장인 건가?...

 

 

어제 낮에 직장동료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서 그 얘기를 쓰려다가 저녁 밥상에서 과음을 한 탓에

한 문장 치는데 몇 번을 지우고 했던 것 같다. (남편이 그 넘의 닭볶음탕만 안 해놨어도....)

요즘 매일 글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 중이라 정신을 집중하고 눈을 부라리고 썼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가 자꾸 떨어졌다. 쿨쿨~~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오타 없이 문장은 제 자리에 잘 있었다. 

쓰다가 만 글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사람인 척 위장을?....

정말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나는 너무 정직(?)한 편이다.

맘에 없는 말 할 줄 모르고, 아닌 척 못하고, 가끔은 너무 직설적이고

내 기분과 감정을 속일 수도 없을 만큼 얼굴에 드러내기도 한다.

여우인데 사람인 척 위장을 ...... 흠, 살아보고 싶다...

 

직장동료의 이야기다.

 

그 자식은 방학 때 시체안치실에서 시체 닦는 일을 했어요.

한 두시간 하는 데 아마 지금 돈으로 계산하면 오십만 원 정도 벌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많이 번 건 거기선 맨정신으론 일을 못한대요,, 특히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은

양껏 소주를 마시고 술에 취한 상태로 일을 한대요. 내장도 터지고 팔 다리도 부러지고 꺾이고...

 

그 돈으로 동생들과 생활을 했어요. 부모가 죽고 지가 가장이었거든요,.

아무도 그 자식 못 건들었어요. 성질나면 칼을 막 휘둘렀거든요.

키는 자그만한데 어디서 그런 깡다구가 나오는지....

가끔 우리들한테 밥 사주겠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안 먹었어요.

그렇게해서 번 돈인 걸 아는데 못 먹겠더라구요...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장동료의 친구에 대한 연민이 일었다.

가장 노릇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게 바로 그 친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보호색이었구나...

센 척 하는 건 자기방어의 제스쳐일 뿐 속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누가 알겠는가.,

친구들한테 밥을 사주겠다니...

딱딱한 조개 껍데기 밖으로 내민 여린 속살은 아니었을까....

마음에 길게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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