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삶의 방편이 있다.
나뭇잎 벌레는 천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나뭇잎처럼 위장을 해서 살아간다.
나뭇잎 나비도 마찬가지다
자벌레도 마찬가지다
나뭇가지 자벌레도 마찬가지다
나는?..... 위장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인 척 하는 게 위장인 건가?...
어제 낮에 직장동료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서 그 얘기를 쓰려다가 저녁 밥상에서 과음을 한 탓에
한 문장 치는데 몇 번을 지우고 했던 것 같다. (남편이 그 넘의 닭볶음탕만 안 해놨어도....)
요즘 매일 글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 중이라 정신을 집중하고 눈을 부라리고 썼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가 자꾸 떨어졌다. 쿨쿨~~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오타 없이 문장은 제 자리에 잘 있었다.
쓰다가 만 글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사람인 척 위장을?....
정말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나는 너무 정직(?)한 편이다.
맘에 없는 말 할 줄 모르고, 아닌 척 못하고, 가끔은 너무 직설적이고
내 기분과 감정을 속일 수도 없을 만큼 얼굴에 드러내기도 한다.
여우인데 사람인 척 위장을 ...... 흠, 살아보고 싶다...
직장동료의 이야기다.
그 자식은 방학 때 시체안치실에서 시체 닦는 일을 했어요.
한 두시간 하는 데 아마 지금 돈으로 계산하면 오십만 원 정도 벌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많이 번 건 거기선 맨정신으론 일을 못한대요,, 특히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은
양껏 소주를 마시고 술에 취한 상태로 일을 한대요. 내장도 터지고 팔 다리도 부러지고 꺾이고...
그 돈으로 동생들과 생활을 했어요. 부모가 죽고 지가 가장이었거든요,.
아무도 그 자식 못 건들었어요. 성질나면 칼을 막 휘둘렀거든요.
키는 자그만한데 어디서 그런 깡다구가 나오는지....
가끔 우리들한테 밥 사주겠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안 먹었어요.
그렇게해서 번 돈인 걸 아는데 못 먹겠더라구요...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장동료의 친구에 대한 연민이 일었다.
가장 노릇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게 바로 그 친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보호색이었구나...
센 척 하는 건 자기방어의 제스쳐일 뿐 속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누가 알겠는가.,
친구들한테 밥을 사주겠다니...
딱딱한 조개 껍데기 밖으로 내민 여린 속살은 아니었을까....
마음에 길게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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