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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대추 한 알 / 장석주

by 나?꽃도둑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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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백과사전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러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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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이 시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학교에서 수업을 했었다.

대추 한 알을 자신으로 치환시켜 패러디 시를 써보게 하는 수업이었다.

자료를 남기지 않아서 아이들의 글을 여기에 실을 수는 없지만 재밌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건 분명하다.

아이들은 시를 쓰면서 킬킬대기도 하고 진지하게 몰입하기도 했다.

진심으로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심하는 듯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런 식이었다.

 

 

     나ㅡ 홍길동 / 홍길동

 

   나, 홍길동은 저절로 뚱뚱해질리는 없다

   내 안에 피자 오십 판

   내 안에 통닭 백 마리

   내 안에 떡볶이 수천 개

   내가 이렇게 혼자서 컸을리는 없다

   내 안에 엄마 잔소리 열두 달

   내 안에 할머니 포옹 백만 번

   내 안에 아빠의 한달 용돈 이 만원

 

 

 

 

나는 그림책으로 철학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자신을 소개할 때 학교, 학년, 반, 사는 곳이 전부인 아이들을 위해

앵무새 같은 대답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좁고 단조로운 삶의 세계가 안타까웠다.

학업에 시달리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틀에 갇힌 아이들이 마음껏 얘기하고 생각하고 우주 끝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싶었다. 

 

 

가끔은 성공했고 가끔은 실패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성장했다. 

나 역시 아이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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