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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온갖 잡다한!)

닭들의 전쟁 2

by 나?꽃도둑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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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닭의 세계에 뛰어들어 간섭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어 어찌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수탉과 다른 암탉들은 여전히 사이좋게 지냈지만 언제나 일촉즉발의 기운이 감돌았다.

슈퍼닭은 독이 잔뜩 올라 갈수록 표독해졌다. 암탉들은 깃털이 뽑혀나간 자리에 피가 맺히기도 했다.

수탉의 눈을 피해 슈퍼닭의 패악질이 극에 달할 무렵, 동물농장엔 기러기 한쌍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야말로 한 성질하는 왕비를 눌러버릴 대왕대비마마 납시요였다.
기러기는 슈퍼닭을 눌러버릴 만큼의 위엄이 있었다. 커다란 몸과 단단하게 생긴 부리와 물갈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슈퍼닭은 여전히 암탉들을 괴롭혔다. 기세등등 그야말로 안하무인(계) 이었다.
기러기는 둘이 꼭 붙어 지냈다. 커다란 통에 먹을 물을 갈아주면 교대로 목욕을 해대 흙탕물을 만들거나 통에 담긴 물의 절반을 허비했다. 너무나 다정하고 온화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슈퍼닭은 대왕대비의 준엄함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슈퍼닭이 한참 기죽은 채로 구석에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엉덩이쪽 깃털이 뽑혀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슈퍼닭을 누를 수 있는 건 기러기밖에 없는데.... 

그러고보니 오른쪽 다리 뒷쪽에 상처가 나 있었고 조금 절뚝거렸다.
우리가 없는 사이 동물농장 우리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슈퍼닭은 기러기를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잘못 걸리면 깃털이 죄다 뽑힐 판이었다. 넓고 긴 부리로 물고 늘어지면

그건 슈퍼닭에겐 소름끼치는 악몽일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건 슈퍼닭을 괴롭히는 일에 공작까지 합세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슈퍼닭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이리저리 쫓겨 다니기 바빴고 눈치 보기에 바빴다.

한없이 풀이 죽어 지냈고 저 혼자 횃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는 게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오늘의 영광과 찬란이 영원하란 법이 없거늘... 슈퍼닭은 폐위직전의 왕비마냥 모든 힘을 잃어버렸다.
슈퍼닭의 운명은 그야말로 대왕대비마마인 기러기 손에 달린 것처럼 보였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건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가?
갑자기 대왕대비마마께서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의 잔혹사였다고 그것만 말할 수 있을 뿐...

슈퍼닭은 다시 실권을 잡았다.
그동안 기죽고 한맺힌 걸 다 토해내듯 전보다 패악이 더 심해졌다.
급기야 암탉 한 마리 등에서 혈관이 터져 피를 철철 흘리는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결국 그 닭은 얼마 뒤 죽었다.

우리는 슈퍼닭을 어찌할 것인가를 두고 회의에 들어갔다. 대로 두면 다른 암탉의 목숨까지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우리는 진지한 고민 끝에 슈퍼닭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닭들의 전쟁은 그렇게 끝이 났다.

 

질투로 인해 피를 부르는 참극을 보고난 뒤 나는 이 세계는 어딜가나 전쟁터라는 걸 다시금 상기했다.
살기 위해서, 살아 내야 하므로 쫓기고 쫓는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과도한 경쟁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일상화가 되어버린 이곳은 낙원이 아니라 삶의 전쟁터이다.
정말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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