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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내 맘대로 읽기

겨울나무와 저녁노을

by 나?꽃도둑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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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땅거미가 내려 앉을 저녁무렵이면 겨울나무는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조차 숨을 곳이 없다.

빈 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빈 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겠다는 듯이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울고 있는 겨울나무를 만나게 된다.

조용히 뒷배경이 되어주는 저녁노을은 

헐벗은 겨울나무를 온기로 감싸며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낸다.

 

무수한 너와 나처럼

나를 더 돋보이게 하는 너라는 배경

너를 더 돋보이게 하는 나라는 배경은

겨울나무와 저녁노을처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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