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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

따뜻한 경쟁 - 빈약함과 구질구질함의 경계에서

by 나?꽃도둑 2020.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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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따뜻한 경쟁

유럽본부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는 맹찬형의 책. 스위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저자는 스위스에서 공존을 본다. 그것도 ‘경쟁하는 공존, 공존하는 경쟁’을. 그리고 그 아름답고 따뜻한 경쟁의 나라를...

www.aladin.co.kr

한 마디로 이 책은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거울처럼 반영시켜 준다. 이적지 '경쟁' 하면 치열하고 인정사정없기로 유명한 냉혈한 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따뜻한'이라는 외피로 감싸고 보니 '경쟁'이 달라 보인다. 그야말로 사회가 달라 보이고 사람이 달리 보이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기운이 그지 없이 훈훈하다. 품격과 삶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제목들을 보자면 이렇다.

 

 

다양한 경쟁이 다양한 행복을 낳는다

따뜻한 경쟁이 효율적이다

공존은 디자인돼야 한다

시민 참여가 명품국가를 만든다 

 

 

이 안에서 다루고 있는 삶의 모습들은 굶주린 사자에게 쫓겨다니며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꿈속 같은 일이다. 일등만 기억하는 나라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굶어죽지 않기 위해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죽어라 뛰어 다닌다. 옆에 친구가 넘어지든 말든 비참하게 추락하든 말든 그저 내 갈길만 열심히 가면 된다. 멈춰서 도와주면 같이 낙오자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임을 알기에 두눈 찔끔 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그저 앞만 보고 달려 가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일단 스위스는 굶주린 사자를 풀어 놓지 않는 사회다. 그게 그들의 문화요 철학이다! 그리고 일등만 기억하지도 추켜세워주지도 않는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먼지까지 털어준다. 그리고

 "괜찮아...할 수 있어..하다가 영 안돼면 니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걸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해보는 거지뭐"하고 다독거려 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름하여~ 패자 부활의 나라라고 부른다.

 

 

 

그에 비하면 우리 나라는 진화론자 천국이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어디가나 통하고, 진보만이 살길이다 라는 표어를 목숨처럼 떠받들고 산다. 잠시 어기적거리고 멈칫 대기라도 한다면 낙오자 취급을 받기 일쑤고, 끌끌 혀차는 소리를 듣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정작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자각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만 생산해 놓은 대한민국의 현실은 체질적으로 빈약함과 구질구질함의 경계에 있다고 보아진다.  

 

 

 

왜 우리는 쌈빡하지 못할까?

효율 우선의 법칙이, 펜보다 삽이, 생각보다 행동이, 소심한 넘버 3보다 막가파 정신이 대접받고, 재벌이 부를 독식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는데도 다들 저 뱃속 채우기 바빠서, 남들 일에 간섭하면 체면 구기는 일이라는 날개 꺾인 자유주의자들의 변명에 우리는 너무 쉽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공동체의 와해가 가져온 여러 파편들을 맞으며 깊은 회의와 자성이 드는 건 이 모두가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해서도 무상념의 세월만 흘려 보내서도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스위스처럼은 되지 않더라도 굶주린 사자 쯤은 잡아다가 배불리 먹여주고 사람들 사이에 풀어놓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벽한 사회는 이적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테지만 적어도 인간이 있는 풍경,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평온한 풍경이라면  그 속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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