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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보여 주고
앞을 보여 주며
떨어지는 잎
- 료칸
낙엽이 하염없이 지는 늦가을이다
우루루 차르르 뒤를 보여주고
앞을 보여 주며 떨어진다
료칸은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지는
낙엽에서 발견했는 지도...
료칸은 건강이 나빠져 신도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그곳에서 젊은 비구니 데이신을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데이신은 료칸이 죽을 때까지 극진히 돌보게 된다
료칸은 자신의 앞과 뒤, 약한 부분까지도 내맡길 수밖에 없었으리라
얼마 남지 않은 생,
앞과 뒤를 보여주며 지는 낙엽에
자신을 투영했을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노래했다
삶은 이슬 같아서 텅 비고 덧없다
나의 세월이 가 버렸으니
떨고 부서지며
나도 사라져야 하리
이러한 감상은 유독 시인 만이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을 관조하거나 덧없음에 한탄하거나
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조용한 움직임조차도 늦가을의 정취일 것이다
삶과의 이별이
세상과의 이별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지는 낙엽처럼 가벼이 가벼이
훌훌, 그랬으면 좋겠다고
료칸의 하이쿠를 읽으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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