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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

마음 /곽재구

by 나?꽃도둑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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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 같아서 

 

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 

 

슬쩍 하늘의 초승달
하나만 남겨두는
새와 같아서 

 

나는 당신을
붙들어 매는
울음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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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떤 것일까?...

형체가 없어 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존재하는 게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음은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신기루와 같아서
시인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이라고,
나뭇가지에 슬쩍 초승달만 남겨두고 사라진 새와 같다고 말하는 걸까...

 


한번 떠난 마음은 그 자리에 돌아오기 쉽지 않다. 대신 다른 마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사랑하던 마음이 사라진 자리엔 미움의 마음이
그리워 하던 마음이 사라진 자리엔 무관심이나 공허한 마음이 들어 앉게 된다.


 

 

 


시인은 한 번 떠난 마음에 대해
당신을 붙들어 매는 울음도 될 수 없고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런 게 마음이다.
사람 관계에서 형성된 어떤 마음이 훌쩍 떠나거나
와르르 무너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에서 한참 서성일 것이다.


 

 


마음은 몸 속 어딘가에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다만 짐작과 추측을 할 뿐.
어떤 사람은 마음이 뇌 속에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가슴 안에 있다고도 한다. 가끔 그 알 수도 없고 형체도 없는 것에 휘둘리고,

앓고, 근심하고, 분노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서 마음공부를 하는 걸까?...

 

 

 


이 헝체도 없는 마음을 시인은 형상화를 통해 잘 전달하고 있다.
가지 사이로 빠져나간 바람 같은 마음 한조각을 잃어버린 사람은 안다.
당신이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 같은 심정이 되어 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어떤 것인지...그게 무엇인지....
마음은 흘러가기도 하고 때론 고여 고약해지기도 한다.
마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 추악함과 마주하기도 한다.

 

 


마음은 마음끼리 얽히기도 하고,
어딘가에 오래 머물렀다가 떠나 가기도 하는데
그 놓여난 마음의 빈 자리를 보며 

나 또한 슬퍼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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