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지나면1 10월에 어울리는 하이쿠 시월이어서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도 안 오고 -쇼하쿠 시월이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제 곧 닥칠 겨울의 문턱에서 잠시 주춤하며 서 있는 셈이다. 날이 추우면 마음까지 얼어붙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내가 그러한데 너는 오죽할까?...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여 있는 요즘, 쇼하쿠의 하이쿠는 절실하게 와 닿는다.스스럼 없던 인간관계에 균열이 오기 시작하고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 데도 안 가고아무도 안 오는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허수아비 소매 속에서 -지게쓰 시인의 상상력이란! 그렇다면 나는 가을이 허수아비 소매 속에서 울고 있다고 해석하겠다.안 그래도 요즘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처서라는 절기가 되면 신기하게도 모기가 들.. 2020. 10.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