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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하이쿠2

11월에 어울리는 하이쿠 한밤중 몰래벌레는 달빛 아래밤을 뚫는다 -바쇼 11월이 되면 해가 일찍 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농촌에서는 밤이 길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모두가 잠든 한밤중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울음소리로 밤을 뚫는 건새벽을 바라는 마음에서일까?얼마 남지 않은 생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일까?아, 모르겠다...벌레들만이 알 일이지.아니 시인은 알고 있었을테지그 비밀을 폭로하기 전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집밖으로 귀를 열어두었을테지.세상의 모든 사물과 내통하는 자,시인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혼자 자다가눈떠져 깨어 있는 서리 내린 밤 -지요니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이 되면 밤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겨울잠 자는 벌레는 모두 땅에 숨고 사람들은 움츠.. 2020. 11. 4.
10월에 어울리는 하이쿠 시월이어서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도 안 오고 -쇼하쿠 시월이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제 곧 닥칠 겨울의 문턱에서 잠시 주춤하며 서 있는 셈이다. 날이 추우면 마음까지 얼어붙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내가 그러한데 너는 오죽할까?...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여 있는 요즘, 쇼하쿠의 하이쿠는 절실하게 와 닿는다.스스럼 없던 인간관계에 균열이 오기 시작하고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 데도 안 가고아무도 안 오는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허수아비 소매 속에서 -지게쓰 시인의 상상력이란! 그렇다면 나는 가을이 허수아비 소매 속에서 울고 있다고 해석하겠다.안 그래도 요즘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처서라는 절기가 되면 신기하게도 모기가 들.. 2020.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