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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31

기가 막힌, 문어 낚시 여름휴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방파제에서 했던 문어낚시다. 동이 터오기전 낚시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을 겸한 낚시점에 들러 갯지렁이 밑밥 새우등의 미끼를 샀다. 낚시를 경험하고 싶어서 아침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따라나섰다. 잠을 깨울 요량으로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옅은 어둠속에서 모든 것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들뜨지 않은 세상 속으로 첫발을 내딛는 기분은 뭐랄까, 잠자는 사자의 등을 밟고 지나는 묘한 흥분이 있었다. 방파제에 도착할 무렵 수평선 너머로 희붐하게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남자들은 낚싯대에 미끼를 끼워 여자들에게 건네주었다. 여동생과 나는 세상 둘도 없는 재밋거리를 찾은 거 마냥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기를 반복했다 새우를 끼워 던지면 깜쪽같이 사라지고..... 2020. 8. 22.
5. 눈부신 바다, 남해 친정 식구들과 남해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2박 3일 일정을 주로 납해탐방과 맛있는 것 먹기, 낚시 등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우선 남해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삼천포 시장에 들러 장어와 전어, 잡어회를 샀다. 미리 예약해둔 창선(삼천포와 남해읍 중간 지점으로 기억)에 위치한 팬션에서 짐을 풀고나니 시간은 그렇게 저렇게 지나가고 저녁이 되었다. 아름다웠다. 고즈넉한 저녁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멀리 삼천포항의 불빛이 점, 멸, 점, 멸 하다가 아련한가 싶다가도 반짝반짝 제 빛을 찾아갔다. 남해는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데 있어서 최적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직선과 곡선이 적절하게 있어 지루하지 않거니와 숨바꼭질 하듯 바다는 숨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 차로 한 바퀴 돌면서 남해금산 보.. 2020. 8. 21.
2. 야옹~ 야옹~ 내가 왔어 한 달 전 일이다. 퇴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우스 뒤에서 느닷없이 가녀리고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보니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고양이었다. 노란색 털을 지녔고 자그마한 입을 벌려 끊임없이 울어댔다. "냐옹~ 냐옹~" 어미를 찾는 건지 배가 고파서 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찌나 애처롭게 우는지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마침 사무실 선반에 챙겨두었던 캔사료가 생각났다. 가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다보니 아는 분이 기증해주신 사료였다. 행여 놀라 달아날까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놓아주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새끼 고양이는 사료를 먹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퇴근을 해야하는.. 2020. 8. 18.
1. 죽은 물고기만 강을 따라간다 첫날이다.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 아니 글을 꾸준하게 습관처럼 쓰고자'30일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시간을 보냈다. 강의 흐름에 떠내려가는 죽은 물고기처럼 어떤 저항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정신이 든 건 내가 너무 멀리 떠내려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의식 같은 거였다. 성장이 멈춘 채 그냥 일상에 안주해버린 못난 내가 보였다. 매번 작심삼일로 끝난 기록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었다. 그렇다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속 열망과는 달리 내 몸은 언제나 서늘했다.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고 했다. 나는 늘 그게 부족했다. 진득하지 못하고 귀찮다고 여겨지면 그대로 포근한 일상속으로 몸을 숨.. 2020.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