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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건져올린 에세이31

계절을 느끼는 삶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득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게 아침저녁의 기온차다.간절기인 이때쯤 찾게 되는 옷이 가디건이다.옷장에서 꺼내면서 또 한번의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셈이다. 텃밭학교에 근무하기 전에는 사실 계절을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다.자연과 단절된 아파트 생활과 아스팔트 도로 위와 건물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계절을 체감하는 거라곤 고작 간절기 때 느끼는 기온차와 가로수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다였다. 어떤 해에는 벚꽃이 진 후에야 벚꽃이 핀 걸 보지 못한 걸 아쉬워하기도 했다.그만큼 계절에 대해 무감각하게 지내는데 익숙한 삶이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삶이란 오롯이 자연속에서만 가능하다.고작 가로수의 변화 하나만으로 계절을 느끼기엔 너무 빈약한 체.. 2020. 9. 17.
마음 /곽재구 마음 나무와 나무 사이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 같아서 가지와 가지 사이 건너며 슬쩍 하늘의 초승달 하나만 남겨두는 새와 같아서 나는 당신을 붙들어 매는 울음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한 번 떠나간 나루터의 낡은 배가 될 수 없습니다 --------------------------------------------------- 마음은 어떤 것일까?... 형체가 없어 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존재하는 게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음은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신기루와 같아서 시인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는 이름도 모르는 바람이라고, 나뭇가지에 슬쩍 초승달만 남겨두고 사라진 새와 같다고 말하는 걸까... 한번 떠난 마음은 그 자리에 돌아오기 쉽지 않다. 대신 다른 마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2020. 9. 16.
내가 조언하는 방식에 대하여 가끔 주변 사람들은 내게 조언을 구해온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진지하거나 심각하거나 결정을 못하거나... 아무튼 이유는 다양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혹은 툭 던지듯 가볍게 대답을 주긴 하지만 결정 만큼은 나를 힘들게 한다. 나 역시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인데 다른 사람의 일에까지 결정을 해야 하다니, 이건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기가막힌 방법을 터득해냈다. 어느 날 동료가 동창회가 있다며 거울 앞에서 자켓의 단추를 풀었다 잠갔다 하면서 한참을 이리저리 보더니 물었다. " 단추를 잠그는게 나아요? 아니면 푸는 게 나아요?" 그래서 나는 대답해줬다. "왜요? 고민되요? 갈 때는 잠그고 시간이 좀 지나선 풀고 있으면 될 것 같아요." 동료는 내 대답에 만족한 듯 활짝 웃었다. 한참이 지난 어느 .. 2020. 9. 8.
태풍이 지나간 자리 태풍 하이선이 지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륙을 강타하지 않고 동해로 빠져나가 막대한 피해를 면했다는 점이다. 그러고보니 열흘 사이에 세 번의 태풍이 발생했다. 바비, 마이삭, 하이선에 이어 태풍이 또 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다. 태풍 때 겪게 되는 온갖 파손과 산사태 ,침수는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 피해로 이어지곤 하는데 부디 가볍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을 했다. 비바람이 조금 수그러들 때 집을 나왔는데 태풍이 지나간 거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간판은 떨어져 한쪽으로 기울고, 가로수는 길바닥에 쓰러지고 뚝 뚝 부러진 생가지들과 나뭇잎들은 비에 젖은 채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완전히 빠져 나가지 않았는지 태풍의 꼬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살랑.. 2020. 9. 7.
방탄소년단 BTS에 반하다 방탄이 드디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하였다... 누군가에게 빠져 허우적대거나 콩깍지가 씌는 건 길어야 2년이다. 그런데 3년이 지났다.내가 그들의 팬이 된 건 2017년 11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MA 공연을 보고 부터다. 뷔가 뒤돌아보면서 노래하던 바로 그 순간에 홀릭해버린 것이다.사실 평소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인형같이 예쁜 외모에 립싱크와 퍼포먼스에만 치중하는 연예 산업의 꽃이라고만 생각했다.그런데 편견과 선입견으로 쌓은 견고한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게 라이브 공연이라니...춤을 추면서 마치 음원을 틀어놓은 것처럼 노래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 증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방탄 탐색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나는 무언가에 꽂히면 지겨워질 때까지.. 2020. 9. 2.
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 터널을 지날때 고양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버스 바닥 위로 나는 그걸 고양이로 알고 있는데 자세히 보지않았다 곁눈질로 보았을뿐고개를 돌리고 본다면 어쩌면 그건 고양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 출근길에 아침부터 고양이를 만났다. 그것도 버스가 터널을 지날 때였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버스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는 거였다. 한 마리두 마리 세 마리네 마리,,,터널이 끝나자 고양이도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스 바닥은 다시 햇빛으로 가득찼다.조금 전 버스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는 고양이들과 함께였는데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다니.꿈을 꾸었던 것.. 2020. 9. 1.
배려 늦었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무작정 뛰었다 이대로 달리면 바로 버스를 탈지도 모른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달리면 5분. 걸으면 7분 거리다. 교통앱을 보니 두 정거장 앞에 버스가 있다. 아슬아슬... 조마조마,,, 지금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를 타야 한다. 어쩌면 환승버스까지 타이밍이 안 맞으면 길바닥에서 30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 더운 날씨에? 노노노...노~~~~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속력을 내본다. 오늘 따라 힘들다. 몸무게가 늘어서인지 몸이 예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지 않는다. 속도는 안 붙고 힘은 배로 들어간다. 두통과 메스꺼움... 어젯밤에 마신 맥주 탓이다. 아, 세상 살 맛 안난다. 그래도 달려야 한다. 버스가 보인다. 곧 모통이를 돌아 버스정류장에 멈춰 설 것이다 땀은.. 2020. 8. 31.
개미, 넌 어디로 가는 중이야? - 개미는 하늘을 나는 게 꿈이어서 연습을 하려고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애인을 만나기 위해 느릅나무 쪽으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빵조각을 집으로 옮기는 중이다. - 개미는 넥타이를 매고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사슴바위 옆에서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마라톤 중이다. - 개미는 여자친구에게 차여 울면서 구석진 곳을 찾아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아무도 몰래 보물을 숨기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cf 찍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자살을 결심하고 죽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아무 생각없이 가는 중이다. - 개미는 거미줄에 걸린 친구를 구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무너진 집을 고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꽃을 따러 가는 중.. 2020. 8. 25.
8. 일곱 번의 기적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7일 동안 글을 썼다. 영화 처럼 기적이 내 방에서도 이루어진 걸까? 나는 자발적으로 글을 쓴 기억이 별로 없다. 어딘가에 응모할 일이 있거나, 청탁을 받거나,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 할 때 말고는 이렇게 연속적으로 꾸준하게 쓴 기억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도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시작한 거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해낼 줄 몰랐다. 그런데 오늘 쓸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계가 온 것일까? 자꾸 숨을 곳을 기웃거리게 되고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침대에 발랑 누워 이대로 자 버릴까? 영화나 볼까?... 오늘 하루쯤 건너뛸까?...아니면 써 놓았던 글을 올려버릴까?.. 들이킨 맥주 한 캔의 알코올이 날아갈 동안 고민했다. 어차피 이건 나와의 싸움 아닌가,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