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생활 (온갖 잡다한!)43

닭들의 전쟁 2 닭의 세계에 뛰어들어 간섭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어 어찌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수탉과 다른 암탉들은 여전히 사이좋게 지냈지만 언제나 일촉즉발의 기운이 감돌았다. 슈퍼닭은 독이 잔뜩 올라 갈수록 표독해졌다. 암탉들은 깃털이 뽑혀나간 자리에 피가 맺히기도 했다. 수탉의 눈을 피해 슈퍼닭의 패악질이 극에 달할 무렵, 동물농장엔 기러기 한쌍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야말로 한 성질하는 왕비를 눌러버릴 대왕대비마마 납시요였다. 기러기는 슈퍼닭을 눌러버릴 만큼의 위엄이 있었다. 커다란 몸과 단단하게 생긴 부리와 물갈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슈퍼닭은 여전히 암탉들을 괴롭혔다. 기세등등 그야말로 안하무인(계) 이었다. 기러기는 둘이 꼭 붙어 지냈다. 커다란 통에 먹을 물을 갈아주면 교대로 목욕.. 2020. 9. 5.
닭들의 전쟁 1 슈퍼닭이 오기 전 동물농장은 평화로웠다. 암탉 여섯 마리와 수탉 한 마리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준 선물인지 기증인지 아무튼 그렇게 동물농장 새식구가 되었다. 슈퍼닭을 처음 데리고 왔을 때 중닭 크기 만한 병아리였다... 금세 쑥쑥 자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통 닭의 크기 만큼 되었다. 슈퍼닭은 닭장내 막내였지만 막내 같지 않았다. 이름에 걸맞게 보통 닭의 두배에 달하는 커다란 몸집과 시원하게 뻗은 꽁지깃을 자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암탉 중 두 마리 등에 깃털이 빠져 피부가 벌겋게 드러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피부병인가 싶어 자세히 살폈지만 깃텰이 뽑히거나 부러진 것 말고는 다른 증세는 없었다. 다들 닭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참으로 난감하였다. 진실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 2020. 9. 4.
토끼의 쇼생크 탈출기 텃밭학교에 드디어 토끼 4세대가 태어났다. 흰색 한 마리와 회색 두 마리, 흰색 회색이 반반 섞인 한 마리까지 모두 네 마리다. 태어난지 보름 정도 되었고 손바닥 만한 크기로 자랐다. 쫌쫌거리고 먹는 모습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폴짝 폴짝 뛰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오그라들 정도다. 귀여워도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하지만 토끼가 자꾸 새끼를 낳는 것에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닭 여섯 마리 공작 두 마리, 금계 한 마리가 한데 모여 사는 동물농장이 토끼로 뒤덮히지나 않을까 해서다. 토끼들이 점점 불어나 우리 밖으로 차고 넘치는 악몽을 꾸던 날, 먼저 출근한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텃밭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토끼 사진과 함께 탈출소식을 알려왔다. 토끼들의 탈출은 그렇게 2세대부터 시작되었다.. 2020. 8. 27.
텃밭정원에 핀 꽃들 꽃은 식물의 생식기라고 할 수 있다. 색깔과 향기로 곤충과 새와 바람과 물을 이용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즉 종족번식을 하는 셈이다. 위대한 생명의 힘이다. 텃밭 주위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다.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과 향기로 세상의 한 귀퉁이를 수놓고 있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나풀거리며 손을 뻗기도 한다. 힘들고 외로울 때 꽃의 손을 잡아 본 사람들은 안다. '스스로 그러한 것들이'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를 말이다. 꽃 또한 스스로 그러한 존재이다.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지만 특히 한적한 길이나 산길에서 마주치는 꽃은 다르게 다가온다. 하나의 큰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람만이 사람에게 사랑이 될 수 없다. 하찮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이 어느날 문득 크나큰 사랑이 된다.. 2020. 5. 18.
꿈 그리기에 몰두하는 아이들 뒤늧게 꿈을 찾아 그림에 몰두하는 아이파란지붕 그늘막에서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꿈이 없다고 하는 아이조차도 아이의 세계는 그 자체로 온전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는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바뀔 것이므로 지금 당장 꿈이 없다고 해서 혹은 황당무계한 꿈이 있다고 해서 우리 어른들은 조바심을 내거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마음껏 우주로 날아가기도 하고 어디에도 없는 왕국에서 공주가 되기도 하고 곰으로 살아보는 게 소원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든 아이들의 모든 꿈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벽하다. 2020. 5. 17.
귀여운 토끼들~ 하지만... 눈 주위로 검은 털이 나 있어 눈이 엄청 커보임. 어린이텃밭학교 동물농장에 작년 가을 쯤에 토끼 다섯 마리가 왔다. 닭 아홉 마리와 공작 두 마리, 아름다운 금계 한 마리, 기러기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우리에 조용히 풀어놨다. 그러다 올 3월에 갑자기 토끼 다섯마리가 태어났다. 그리고 4월 말에 네 마리가 또 태어났다. 이러다간 곧 토끼로 뒤덮이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과 달리 번식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입양 보내지 않으면..... 으악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서 또 새끼를 낳을까봐 두 녀석이 가까이 붙어 있는 것만 보아도 훼방을 놓아 떨어뜨려 놓게 된다. 연애 훼방꾼으로서의 하루 일과가 너무 고달프다... .. 2020. 5. 16.
공작, 너의 꿈을 응원한다! 내가 근무하는 어린이 텃밭학교 동물농장에는 공작 한쌍이 살고 있다. 수컷은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하루에도 여러 번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접었다 한다. 푸르르 털기도 하고 붉은 똥꼬가 보이게 엉덩이를 암컷앞에 들이대기도 한다. 하지만 암컷은 짐짓 딴청이다 머리에 우아한 왕관을 쓰고는 딴곳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닭들과 사이좋게 몰려다니곤 한다. 정말 관심이 없는 건지... 내숭을 떠는 건지... 외모가 자기 스타일이 아닌 건지... 똥줄타게 하려고 하는 건지... 우리의 공작부인 속을 전혀 알 길이 없다. 에혀~애가타는 우리의 수컷은 더욱 더 날개를 소리내어 턴다. 언제쯤 수컷의 꿈이 이루어지려는지 ... 하루에도 여러 번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 2020.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