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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앞에서 서성거리다48

[다큐멘터리 영화]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얼마 전 대청소를 하면서 아들과 옥신각신 했다. 마음대로 쓰레기봉투에 물건을 마구 버리고 있어서 나는 아까운 물건을 왜 버리느냐고 맞섰다. 아들은 평소에 잘 쓰지 않으면 버리는 게 맞다고 우기길래 그래 일단 담아놔 하고 한발 물러섰다. 내 나름 꿍꿍이가 있었다. 자가격리 중이라 거실에 모아놨는데 필요한 건 다시 건질 생각이었다. 그러다 다큐멘터리 를 보게 되었다. 사실 얼마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혜민스님의 풀소유 논란때문에 이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갔다. 소유와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어디까지 허용하고 타협하고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사실 나는 과대소비를 멈춘 지 오래되었다. 몇 년 전 이사를 하면서 끝임없이 나오는 물건에 질렸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을 넘긴 홈쇼핑 물건들과 당시엔 필요해서.. 2020. 12. 21.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는 언론이나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관객들 중 더러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 작품이다. 그냥 '재미없다, 지루하다' 등의 단순한 평이 아닌 불쾌감을 드러내는 수준이었다. 버릇없는 아이들과 정말 대책 없는 부모, 아이들의 암울한 현실을 무지개색으로 그려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섯 살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친구들은 디즈니 랜드 건너편 보라색 건물인 매직캐슬에 산다. 편부모 혹은 할머니 밑에서 주당 방세를 근근히 내며 살아가는 빈민촌의 아이들이다. 디즈니월드는 놀이기구로 가득한 천국인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옥에 가까울 정도로 열악하고 온갖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그 지옥에서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천국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관광객들에게 얻은 잔돈을 모아 아이스크림을 사서 서로 돌려먹.. 2020. 12. 19.
[영화] 그녀 Her 2013년 전미 비평가 위원회에서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작품이다. 때는 2025년 주인공 테오도르는 마음을 어루만지고 표현해주는 편지 대필작가로 활동하지만 정작 아내와는 소통의 문제로 인해 별거중이다. 내향적이고 표현에 서툰 테오도르는 외로운 삶을 벗어나고자 다른 여자를 만나보지만 허사다. 뭔가 자신과 맞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라곤 이웃에 사는 친구 에이미 부부가 전부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설치하게 된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공허한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고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어느새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만다와 정서적으로 깊은 유.. 2020. 12. 17.
[영화]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을 스웨덴 감독인 펠릭스 헤른그렌이 영화로 제작하였다. 100세 노인 알란 칼손은 남은 생을 즐기기 위해 생일날에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한다. 터미널에서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맡게 되고 버스가 오자 그대로 끌고 올라탄다. 영화는 알란이 돈가방을 가지고 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노인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펼쳐진다. 스페인 내전과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만난 유명인들과의 에피소드와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다발이 가득 찬 트렁크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된 알란은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평생 사기꾼으로 살아온.. 2020. 12. 14.
[영화] 글루미 선데이 영화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났다. 글루미 선데이다. 오늘부터 14일간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날이다. 남편이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은 탓에 가족 모두가 자가격리 대상이 된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양성반응이 나와서 내일 입원이 예정돼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남편과의 접촉이 1~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어서 따로 검사 없이 자가격리만 하게 되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막상 겪고 보니 순간의 방심에 예외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0.1% 확률 안에 들어간 셈이다. 걸려라 하는 로또는 안 걸리고 코로나 격리대상자로 걸리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따로 없다.. 14일 동안 갇히게 된 아들과 나는 사실 걱정거리도 아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과 영화.. 2020. 12. 13.
[영화] 마틸다-영화로 태어나다 로알드 달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나는 로알드 달의 발칙한 상상력을 무척 좋아한다. 상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활달하게 뻗어가며 웃음과 통쾌함 은유와 풍자로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는 로알드 달이 운명을 달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쓴 장편소설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하고 비정한 부모와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 공포스런 교장을 혼자의 힘으로 혼내주는 활약을 보인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유명한 주인공 '삐삐'처럼 마틸다도 초능력을 발휘하며 어른들을 통쾌하게 응징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예의 없고 발칙한 아이들이 종횡무진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환호할 일이다. 자기들보다 힘이 센 악당을 무찌르는 주인공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아이들은 약자다. 힘이 센 어른들에게 상처받.. 2020. 12. 9.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메리 앤 섀퍼의 소설인 이 출간 10년이 지난 2018년에 영화로 탄생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되었던 영국해협에 위치한 건지섬에서 결성된 북클럽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전쟁이 끝난 직후 런던에 사는 작가 줄리엣에게 낯선 남자 도시로부터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건지섬에 사는 도시가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건 줄리엣이 메모를 남긴 찰스 램의 책이 그곳까지 흘러들어간 것이다. 도시는 다른 책을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줄리엣은 도시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점점 그곳의 이야기에 끌리게 된다.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름을 쓰게 된 사연과 현재 북클럽 회원들의 활동까지 줄리엣은 흥미롭게 읽어나간다. 전쟁 당시 독일군에 의해 섬이 점령당하고 먹을 것을 모두 독일군에게 .. 2020. 12. 7.
[영화] 향수- 냄새에 집착한 살인자의 이야기 1985년 취리히에서 초판되어 전세계적으로 2천만 부 넘게 팔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 소설인 가 2006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개봉하였고 2016년에 재개봉하였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에서처럼 영화에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랬고 영화가 나왔을 때도 냄새라는 특별한 소재의 이야기는 여전히 생생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책에 비해 영화는 이야기의 비약이 있거나 충분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설정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맥락을 따라가다보면 향수에 취하고 만다. 특별한 후각을 가진 한 남자의 생애를 통해 겹겹의 섬세하고 복잡한 냄새의 세계를 이미지화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탈리아 의사 조반니 카르 다노는 '감각 중 후각 만이 인.. 2020. 11. 29.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2020년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출품된 13분의 짧은 에니메이션이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영화지만 그들이 겪은 아픔과 상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하지만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느 부부의 일상으로 단지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딸의 죽음으로 인해 집 안에는 침묵 만이 감돈다. 소리내어 울 수도 없고 말을 꺼내기도 힘든 부부는 그림자를 통해 자책과 서로를 향한 책망과 분노를 드러낸다.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부부의 거리는 일억 광년 쯤 멀어져 있다. 그때 학교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하필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왜 하필... 흑백으로 처리된 영화에서 딸의 옷과 딸이 벽.. 2020.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