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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간 책들...그리고 흔적100

폴링 업(Falling UP)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셀 실버스타인의 은 기발하고 재미난 상상력이 넘쳐나는 책이다. 작가의 다양하고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재밌는 책이다. 이 사람은 재능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재즈와 포크 가수와 작곡가로 글쓰기와 그림까지 유명하지만 철저하게 은둔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은 길고 짧은 글에 재밌는 삽화도 곁들여져 읽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과 온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를 찌르기도 하고 웃음 대폭발을 일으키기기도 하고 철학적이고 풍자적이고 은유로 가득해서 정말 기지가 넘쳐난다. 고양이와 아이와 엄마 "난 고양이이며 앞으로도 죽 그럴 거라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고양이가 말했다. "왜 내가 밤에 어슬렁거리며 다닌다고 해서 놀라는 거야? 왜 내가 야옹.. 2020. 11. 27.
[책] 몬스터 콜스 시본 도우드,패트릭 네스 (지은이),짐 케이 (그림),홍한별 (옮긴이)웅진주니어2012-03-05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샀다. 거실 벽면이 책으로 꽉 차 있어서 더는 책을 사지말자고 결심했는데영화의 원작이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역시 잘 된 건 뭔가가 있다!한 마디로 영화와 책 모두 좋았다. 영화는 책이 구현할 수 없는 몬스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공포와파괴성을 극대화했고, 책은 내면의 몬스터를 형상화하여 상상하게 하고 내 안의 잠재된 것을 돌아보게 하였다. 는 영국의 대표적 청소년 소설 작가 두 명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두 사람 다 카네기 메달 작가로 시본 도우드가 작품을 구상해놓았던 것을, 패트릭 네스가 완성한 작품이다.패트릭 네스는 그건 마치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받은 기분이었다.. 2020. 10. 31.
[책] 다녀왔습니다 윤주희의 자서전 《다녀왔습니다⟫를 읽다가 불현 듯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일곱 살 때 네덜란드로 입양을 가야했던 그녀와 달리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2년을 할머니 집에서 살아야 했다. 처음 얼마 간은 매일 할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떼를 쓰고 울었던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떼어놓고 갔을 때 느꼈던 감정은 공포와 불안감이었다. 그나마 나를 예뻐해 주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에겐 있었지만 그녀는 말도 통하지 않는 금발머리의 서양인이 부모라고 나타났으니 그 충격이 오죽했을까 싶다. 아이는 부모와의 애착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존재인데 친부모와의 단절은 극심한 공포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입양 갈 때 입었던 원피스를 잠잘 때도 벗지 않았다고 하니.... 끝내 그녀는 버림받았다고 여겼고 또 다시 버림받.. 2020. 9. 23.
글쓰기의 지도 서점에 가보면 글쓰기에 관한 책을 별도의 진열장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많다.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깨끗이 해결해 줄 것처럼 광고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뼛속 깊이 내려가 글을 쓰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 책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들, 즉 수요자들이 책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도대체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열망은 왜 생기는 것일까? 비근한 예로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문화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은 소통의 장으로 글쓰기를 필요로 하며,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인터넷 작가를 배출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올린 글이 영화로 제작되거나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2020. 9. 22.
[책] 시의 힘 / 서경식 나는 오랫동안 시를 읽어 왔다. 하지만 시집을 들고 언제나 절절맨다. 분명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시들을 만날 때는 자괴감마저 든다. 그만두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끙끙대며 계속 시를 읽어야 하는지, 돈도 밥도 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매어두고 암호를 풀 듯, 보물찾기를 하듯 문맥 속에서 단어 속에서 허우적대곤 한다. 『시의 힘』을 펼치자 ‘얄따란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그 무게에 절절맨다.’는 첫 문장을 만났다. 시 읽기를 이보다 잘 표현한 문장을 만나지 못한 나는 설레었다. 책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온통 시 이야기로 충만할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었다. 하지만 시 이야기는 2, 3장에서만 다루고 있다. 제목이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야 수긍이 .. 2020. 9. 14.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나쓰카와 소스케 우리나라의 독서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두 명 중 한 명이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독서량도 일 년 평균 열 권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다.사실 관심이 없거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의 가치에 대해 말해봐야 소용없다. 책을 읽는 사람이 책의 매력에 빠져 들고 책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안다. 책에도 생명과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만약 책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물음이 없는 단순하고 재미없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성찰도 사유도 없는 무지막지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책은 거인의 어깨와도 같이 그 위에 올라 앉아 세상을 보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책은 세계의 모든 것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 2020. 9. 13.
[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 소설은 상처입은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우발적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윤수의 절박함은 생에 대한 환멸, 치욕이었다. 하지만 윤수 만이 느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집안 체면 때문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하는 엄마의 태도 때문에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한 유정도 그랬다. 결국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순간의 사건이 가져다 준 상처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 상처에 대해 침묵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를 소설은 보여준다. 교도소에 갇힌 윤수와 생의 의미를 잃고 살아가는 유정의 만남은 수녀인 이모를 통해 이루어진다 둘은 서로의.. 2020. 9. 11.
[책]삶을 바꾸는 책 읽기 는 그냥 제목만 보아서는 과장된 구호처럼 보인다. 살다보면 삶을 바꿀만한 일이나 기회를 좀처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삶이란 오래된 습성처럼, 일정한 틀에 맞추어져 정형화되기 일쑤인데 겨우 책읽기로 바꿀 수 있다니? 아니 삶을 바꾸는 책읽기라니?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사실 모두가 앞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을 하기 일쑤고, 삶의 그늘은 더 짙어지고 확대되어 가고 있는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참으로 팍팍하고 고단해 보인다. 어쩌면 노력만으로 자기 삶을 변화시키거나 보상받는 시대는 저 멀리 달아나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가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삶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이긴 하지만 단순히 의식주만 해.. 2020. 9. 3.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선생님, 보내주신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잘 읽었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시큰둥했습니다. 인생의 겨울 언저리를 사는 사람의 노파심어린 잔소리이지 싶어 대충 목차만 훑어보고 밀쳐두었습니다. 삶은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취향 탓이겠지요. 그런데 자꾸 입속에서 꺼끌꺼끌한 뭔가가 굴러다녔습니다. 마치 알밥을 먹고 난 뒤 양치질을 했음에도 입 속 어딘가에 끼어 있다가 굴러다니는 날치알처럼 한 줄의 문장이 불현듯 입속에서 굴러다녔습니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표지에 있던 한 줄의 문장이 던지는 의문과 질문으로 인해 나는 다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늙고 병듦에 대한 생.. 2020.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