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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진 자들의 세계 터널을 지날때 고양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버스 바닥 위로 나는 그걸 고양이로 알고 있는데 자세히 보지않았다 곁눈질로 보았을뿐고개를 돌리고 본다면 어쩌면 그건 고양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 출근길에 아침부터 고양이를 만났다. 그것도 버스가 터널을 지날 때였다.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버스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는 거였다. 한 마리두 마리 세 마리네 마리,,,터널이 끝나자 고양이도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스 바닥은 다시 햇빛으로 가득찼다.조금 전 버스 바닥을 빠르게 지나가는 고양이들과 함께였는데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다니.꿈을 꾸었던 것.. 2020. 9. 1.
배려 늦었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무작정 뛰었다 이대로 달리면 바로 버스를 탈지도 모른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달리면 5분. 걸으면 7분 거리다. 교통앱을 보니 두 정거장 앞에 버스가 있다. 아슬아슬... 조마조마,,, 지금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를 타야 한다. 어쩌면 환승버스까지 타이밍이 안 맞으면 길바닥에서 30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 더운 날씨에? 노노노...노~~~~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속력을 내본다. 오늘 따라 힘들다. 몸무게가 늘어서인지 몸이 예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지 않는다. 속도는 안 붙고 힘은 배로 들어간다. 두통과 메스꺼움... 어젯밤에 마신 맥주 탓이다. 아, 세상 살 맛 안난다. 그래도 달려야 한다. 버스가 보인다. 곧 모통이를 돌아 버스정류장에 멈춰 설 것이다 땀은.. 2020. 8. 31.
토리노의 말 이 영화는 를 만든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의 작품이다. 그의 열번 째 장편영화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과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흑백필름의 영화로 한편의 서사시 같은 장엄하고도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익숙하게 보아온 영화와 분명 구별되는 벨라 타르 감독만의 독특한 영화언어로 만들어졌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 대한 명상과 사유에 가까운 영화로 느리고 롱테이크가 특징이다. 1889년 토리노의 광장에서 니체는 채찍을 맞는 늙은 말에게 다가가 목을 끌어안고 발광한다. 영화는 그 때의 늙은 말과 마부, 그의 딸의 이야기이다. 총 여섯째 날로 이루어진 은 니체의 영원회귀의 사상이 잘 집약되어 있는 듯 ‘반복과 차이’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마부와 그의 딸의 일상은 여섯 째 날 동안 거의 반복적이다.. 2020. 8. 30.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선생님, 보내주신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잘 읽었습니다. 고백을 하자면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시큰둥했습니다. 인생의 겨울 언저리를 사는 사람의 노파심어린 잔소리이지 싶어 대충 목차만 훑어보고 밀쳐두었습니다. 삶은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취향 탓이겠지요. 그런데 자꾸 입속에서 꺼끌꺼끌한 뭔가가 굴러다녔습니다. 마치 알밥을 먹고 난 뒤 양치질을 했음에도 입 속 어딘가에 끼어 있다가 굴러다니는 날치알처럼 한 줄의 문장이 불현듯 입속에서 굴러다녔습니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표지에 있던 한 줄의 문장이 던지는 의문과 질문으로 인해 나는 다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늙고 병듦에 대한 생.. 2020. 8. 29.
채식주의자 대학생이 된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주일에 이삼 일을 통닭이나 삼겹살을 먹을 만큼 고기를 좋아하던 아이여서 믿기지 않았다. “왜 갑자기 고기를 안 먹겠다는 거야?” 에서 가족들이 영혜를 다그치듯이 나도 딸을 다그쳤다. “그동안 동물들한테 못할 짓을 했어…….” 예상치도 못했던 딸의 대답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물었다. 고기 먹는 일을 그만둘 만큼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딸은 텔레비전에서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들의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고 그 충격으로 육식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었다고 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얼마나 갈까?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인데……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냥 그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굳이 그러겠다면 말릴 생각.. 2020. 8. 28.
토끼의 쇼생크 탈출기 텃밭학교에 드디어 토끼 4세대가 태어났다. 흰색 한 마리와 회색 두 마리, 흰색 회색이 반반 섞인 한 마리까지 모두 네 마리다. 태어난지 보름 정도 되었고 손바닥 만한 크기로 자랐다. 쫌쫌거리고 먹는 모습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폴짝 폴짝 뛰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오그라들 정도다. 귀여워도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하지만 토끼가 자꾸 새끼를 낳는 것에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닭 여섯 마리 공작 두 마리, 금계 한 마리가 한데 모여 사는 동물농장이 토끼로 뒤덮히지나 않을까 해서다. 토끼들이 점점 불어나 우리 밖으로 차고 넘치는 악몽을 꾸던 날, 먼저 출근한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텃밭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토끼 사진과 함께 탈출소식을 알려왔다. 토끼들의 탈출은 그렇게 2세대부터 시작되었다.. 2020. 8. 27.
인간 관계의 처방전 『당신과 나 사이』는 정신과 의사였던 저자가 파킨슨병이 찾아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옛 속담에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찾아오는 이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인간관계란 대다수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저자는 가깝고도 먼 인간관계를 자신의 이야기와 또 환자의 사례를 통해서 탐구한다.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지 살피고, 외롭지 않고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경험을 돌아보게 되었다. 친밀했던 사람과의 어그러짐은 특별하고도 생생한 체험이었다. 금세 잊어버릴 만큼 소소한 것이 아니라 지진 뒤 수십 차례 찾아오는 여진과.. 2020. 8. 26.
개미, 넌 어디로 가는 중이야? - 개미는 하늘을 나는 게 꿈이어서 연습을 하려고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애인을 만나기 위해 느릅나무 쪽으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빵조각을 집으로 옮기는 중이다. - 개미는 넥타이를 매고 향수를 뿌리고 데이트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사슴바위 옆에서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마라톤 중이다. - 개미는 여자친구에게 차여 울면서 구석진 곳을 찾아서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아무도 몰래 보물을 숨기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cf 찍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자살을 결심하고 죽으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아무 생각없이 가는 중이다. - 개미는 거미줄에 걸린 친구를 구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무너진 집을 고치러 가는 중이다. - 개미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꽃을 따러 가는 중.. 2020. 8. 25.
8. 일곱 번의 기적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7일 동안 글을 썼다. 영화 처럼 기적이 내 방에서도 이루어진 걸까? 나는 자발적으로 글을 쓴 기억이 별로 없다. 어딘가에 응모할 일이 있거나, 청탁을 받거나,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 할 때 말고는 이렇게 연속적으로 꾸준하게 쓴 기억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도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시작한 거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해낼 줄 몰랐다. 그런데 오늘 쓸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계가 온 것일까? 자꾸 숨을 곳을 기웃거리게 되고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침대에 발랑 누워 이대로 자 버릴까? 영화나 볼까?... 오늘 하루쯤 건너뛸까?...아니면 써 놓았던 글을 올려버릴까?.. 들이킨 맥주 한 캔의 알코올이 날아갈 동안 고민했다. 어차피 이건 나와의 싸움 아닌가,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