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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사진에 글을 입히다23

르네 마그리트의 <정신적 위안>을 읽다 이 그림은 그야말로 정신적 위안을 준다. 구도와 배치에서 오는 안정감은 세상 만물의 근원인 불과 물, 흙(땅)과 공기,나무를 소재로 사용해서인지 모르겠다.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있고 그 옆에 투쟁하는 불이 이글거리고 있다. 이글거리는 불이지만 두렵지 않다. 물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오면 불은 언제든 끌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배치 된 나무는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자라고 있다. 이 그림에서 나는 프랑스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를 떠올렸다. 물과 꿈, 공기와 꿈,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의 시학, 공간의 시학 촛불의 미학을 저작한 가스통 바슐라르는 눈 뜬 상태에서의 꿈꾸기인 몽상을 통해 부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들을 인식하고자 한다. 논리와 체계를 밀쳐내고 전이와 전.. 2020. 11. 30.
빈 나뭇가지에 새가 앉았네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빈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았다. 곧추 서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먹을 것도 없는 빈 나뭇가지에 날개를 접고 허공의 한 점으로 앉았다. 멀리서 보면 시든 나뭇잎 같은 앙증맞은 새들이 초겨울 한 때를 즐기고 있다 발바닥 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고 허공에 몸을 내 맡기고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새들이 오늘 내게 찾아왔다. 포르르포르르 푸르르푸르르 가지를 옯겨 다니느라 분주하다. 흩어졌다 다시 질서를 잡고 다시 흩어지는... 무질서 속의 질서의 패턴은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까?... 2020. 11. 28.
르네 마그리트 <생략> 을 읽다 마그리트 그림집을 보다가 피노키오의 코를 가진 사람을 발견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그림에 대해 '생략'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일까? 제대로 달려있지만 보는 기능과는 멀어보이는 인형눈과 모자 위에 달린 또 하나의 눈, 긴 총부리의 코, 오른손 위에 얹혀진 또 다른 손은 참으로 기괴하다. 전시안 같은 눈으로 누군가를 꿰뚫어 보고 있지만 시선이 곱지 않다. 진짜 마음을 감추고 있지만 코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싫어도 아닌 척, 못이기는 척 끌려가기도 하고 가짜 위로와 칭찬도 넘쳐나지만 그것에 대해 대수롭게 않게 여긴다. 아무리 페르소나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그 진짜 속마음은 본인은 알 것이다.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하지 못하는 속.. 2020. 11. 25.
울릉도 해안 암벽에 난 구멍의 정체는? 작년 봄, 울릉도에 갔다가 매우 특이해서 찍은 사진이다. 암벽에 난 구멍 두개를 발견했는데 아무리 봐도 눈(Eye)처럼 생겼다. 사실 별 의미 없는 구멍 두개가 아주 절묘한 위치와 생김새로 인해 그렇게 보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게는 아주 특별한 눈으로 다가왔다.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법한 바위인간과 마주친 느낌이었다. 울퉁불퉁한 눈두덩이 아래 깊고 검은 눈은 호루스의 눈만큼 강렬해 보인다. 미국1달러 지폐에도 있는 피라미드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호루스는 죽음과 부활의신 오시리스와 최고의 여성신 이시스의 아들이며 사랑과 미의 여신인 하토르의 남편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상징이자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호루스의 눈은 건강과 총체적인 인식과 이해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집트의 장례의식에서 미라에 사용하는 귀금속으로도.. 2020. 11. 21.
빵구 씨를 다시 만나다 빵구 씨를 다시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나는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빵구 씨는 어떤 가게 앞에서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처음 빵구 씨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깔끔하고 활기차 보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빵구 씨! 저 기억하시겠어요?" 빵구 씨는 금세 나를 알아보며 인사했다. "아 네 흰여울 마을 뒷길에서 만난 분이군요..." "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신 건가요?" 빵구 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빵구 씨는 얼마 전 식당을 개업해서 밤늦게 까지 일을 한다고 했다.나는 그의 가족들이 모두 한집에 모여 사는지 따로 사는지 궁금했지만 남의 가정사에 개입하는 것 같아 모른 척 했다. 빵구 씨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왠지 측은하면서도 든든해보였다.가족에 대한 책.. 2020. 11. 11.
11월에 어울리는 하이쿠 한밤중 몰래벌레는 달빛 아래밤을 뚫는다 -바쇼 11월이 되면 해가 일찍 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농촌에서는 밤이 길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모두가 잠든 한밤중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울음소리로 밤을 뚫는 건새벽을 바라는 마음에서일까?얼마 남지 않은 생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일까?아, 모르겠다...벌레들만이 알 일이지.아니 시인은 알고 있었을테지그 비밀을 폭로하기 전 한밤중까지 잠 못 이루며 집밖으로 귀를 열어두었을테지.세상의 모든 사물과 내통하는 자,시인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혼자 자다가눈떠져 깨어 있는 서리 내린 밤 -지요니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인 상강이 되면 밤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겨울잠 자는 벌레는 모두 땅에 숨고 사람들은 움츠.. 2020. 11. 4.
그대들의 잔치... 간밤 파티가 끝나고 버려진 꼬깔모자 그대들의 머리위에서 빛나던 왕관인데.. 이렇게 버려져도 괜찮은가? 빛나던 노래는 이미 사라졌고 인생의 또 다른 달콤함을 찾아 떠난, 그대들이 머물렀던 자리에 남는 이 쓸쓸함은 뭔지 나는 그저 슬프다. 2020. 11. 1.
르네 마그리트 <연인들> 을 읽다 답답한 연인들... 얼굴에 뒤덮인 하얀색 천을 걷어주고 싶다. 불투명한 미래...불투명한 관계, 불투명한 소통, 불투명한 오해와 질투, 뭣하나 분명한 게 없나보다. 서로를 원하나 온전하지 않고 키스를 하고 있으나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없나보다. 하얀천은 자꾸 입속으로 감겨들고 갈망하는 호흡은 가빠지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저들을 가로막는 문제가 무얼까?.... 서로의 민낯을 마주할 수 없는데는 분명 어떤 상황이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연인들 서로를 원하지만 자꾸 어긋나는 연인들 갈망하지만 그게 해소가 되지 않는 연인들 마음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 연인들 거짓된 사랑을 하는 연인들 숨어서 몰래 만나야 하는 연인들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연인들 코로나 .. 2020. 10. 30.
빵구 씨의 또 다른 가족 집을 나갔던 빵구 씨를 길에서 발견했다. 멀리서도 빵구 씨임을 알아보고 드디어 그가 집으로 돌아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집 앞에 나타나 울던 전생의 아내인 흰고양이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빵구 씨의 기막힌 사연을 그의 아내로부터 들었던 터라 직감적으로 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남의 가정사에 이러쿵 저러쿵 할 마음은 없지만 조금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자고...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나타난 건지... 남자들은 가끔 앞 뒤 안 재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전생의 아내와 자식들은 빵구 씨와 똑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흩어지면 죽을 것 같은 결의까지 보였다. 하긴 여기까지 따라나선 건 보통 결심이 서지 .. 2020. 10. 29.